보다 투명한 사회적 의사결정구조를 지향하며
보다 투명한 사회적 의사결정구조를 지향하며
  • 대한뉴스
  • 승인 2006.07.0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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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공의 적’을 보면 못 말리는 형사 강철중(설경구 분)이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온몸에 문신을 한 ‘새끼 조폭’을 한 방에 제압하여 자기 등을 밀게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권력은 상대방을 자기 의사에 복속시키는 힘입니다. 영화에서 설경구가 조폭을 굴복시킨 것은 형사라는 권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달려드는 상대방을 한 방에 목욕탕 물속에 처박은 날렵함과 힘에 의해서였습니다. 공동체적 질서와 권력 이전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복종시키는 것은 물리적 힘이고 그것은 곧 동물의 세계를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법칙이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길조로 알고 있는 까치가 사실은 독수리도 제압하는 맹조(猛鳥)여서 떼 지어 공격하면 독수리도 못 당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조폭의 논리입니다. 힘이 약해도 맥주병을 깨서 휘두르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무뢰한에게 보통 사람들은 겁을 먹게 마련이고, 더욱이 이런 사람들이 집단이 되면 어찌해 볼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한 확실한 보복이 조폭의 무기입니다. 그러나 국가라는 공동체가 확립된 오늘날 조폭 수십 명도 검사 한 명을 당해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 검사 뒤에는 공권력이라고 하는 거대하고 확실한 응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의 적’ 설경구, 형사라는 합법적 권력으로 조폭 제압

공동체로서의 국가는 공동체로서 의사결정을 하고 결정된 의사를 집행합니다. 의사결정과 집행 둘 중의 하나라도 결여되면 그 공동체는 진정한 공동체로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과거 전제군주제에서는 절대왕권과 이를 뒷받침하는 무력이 있었습니다. 대의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오늘날 공동체의 의사결정 권한은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에 주어지고 이를 담보하는 군대와 경찰이 있습니다. 목욕탕 밖에서의 설경구는 덩치가 두 배나 큰 조폭을 물리적 힘으로 제압할 필요가 없습니다. 형사라는 합법적 권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와 함께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를 주축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 경제활동의 주체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끊임없는 경영활동을 통하여 부와 고용을 창출합니다. 부(富)는 우리 개개인 삶의 물질적 기초이고 커다란 경제적 힘, 곧 권력을 갖게 됩니다. 수십만 명을 고용하고 수백 조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거대기업은 미상불 조폭권력이나 국가권력도 쉽사리 상대하기 힘들만큼 강력한 권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7일자 한국일보 박래부 칼럼에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가 인용되었습니다.

위나라 혜왕과 신하 방공 간의 대화다. 방공이 태자와 함께 조나라에 인질로 떠나기 직전이다. “어떤 사람이 지금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누가 그 말을 믿겠소?" "그럼 두 사람이 똑같이 호랑이가 나왔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의심해 볼 것 같소." "세 사람이 똑같은 소리를 한다면 그때는 어쩌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아마 믿을 것이오." 방공이 묻기를 멈추고 본심을 아뢴다. "전하, 제가 가 있게 될 곳과 이곳의 거리는 저잣거리보다 멀고, 저를 참언하는 자 역시 세 사람보다 많을 것입니다. 원컨대 밝게 살피소서." 왕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방공은 결국 왕을 만날 수 없었다.

위의 고사에서 보듯이 세 사람이 말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만큼 언론의 힘은 막강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날 입법, 행정, 사법에 이어 우리 사회의 네 번째 권력은 바로 언론권력이라 말합니다.

사회가 점점 정치적으로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한편 문화적으로 다양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많은 사회·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넓게 보면 노동조합, 직능단체에서 시작하여 종교단체,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단체가 공동체 의사결정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고 그에 따라 보이지 않는 권한을 행사하게 되었습니다. 참여연대, 경실련, 정의구현사제단, 환경운동연합, 전교조 등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요즘은 크고 작은 사회적 쟁점마다 그에 관련된 ○○연대, △△을 생각하는 모임, ××연합 등 무수한 단체가 있고 이들은 TV를 통하여 입장을 밝히고 때로는 실력행사에 돌입하기도 합니다.

다원화, 정보화, 탈권위로 구성원 욕구도 점점 다양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다원화, 정보화, 탈권위가 한층 진전되고 사회 구성원의 욕구도 보다 더 다양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정부, 기업 등 전통적 부문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구성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사회부문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사회·시민단체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제5부의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국가권력은 많이 투명해졌고 책임성도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밀실에서 결정되던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달리 그간의 정치개혁 노력에 힘입어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 뿐만 아니라 권력의 정상인 대통령부터 탈권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회계 등과 관련한 제도개선으로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높아졌습니다. 미국이 엔론(Enron)의 회계부정 사태를 계기로 기업회계 부정 방지를 위한 제도개혁을 추진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외환위기 및 S그룹의 분식회계 사건 등을 계기로 관련제도가 크게 개선됨으로써 기업의 지배구조와 회계의 투명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사회·시민단체 투명성·책임성 높여야

이처럼 정치와 기업부문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높아짐에 따라 사회·시민단체의 의사결정구조(governance)*도 그 역할에 맞게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시민단체의 역사가 일천한 점은 있지만, 이제는 그 영향력이 아무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커진 만큼 이에 상응하는 투명성(transparency)과 책임성(accountability)을 갖추어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사회·시민단체가 법인이 아닌 임의단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조직, 의사결정, 회계 등이 공개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최소한 회원이 누구인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재원을 어디서 조달하여 어디에 지출하는지 등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그 단체에게나 국민에게나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조직, 사업, 회계 등을 공개하는 통일된 시스템을 마련하여 사회·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시민단체들이 순수성과 중립성을 훼손 받지 않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자기규율(self discipline)과 자기책임(self accountability)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한 사회·시민단체의 순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라도 그 영향력에 걸맞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적 의사결정구조*(social governance)를 확립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 영어의 governance는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관련하여 많이 쓰이고 있는데 그 의미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집행에 관련되는 제도, 절차, 문화를 총칭하는 개념입니다. 이런 의미를 담아내는 적절한 우리말이 아직 없어 여기에서는 불완전하지만 ‘의사결정구조’로 좁혀서 쓰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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