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홍콩축구대표팀 감독인터뷰 “한국인의 긍지 높이도록 최선 다하겠다”
김판곤 홍콩축구대표팀 감독인터뷰 “한국인의 긍지 높이도록 최선 다하겠다”
2018 월드컵 최종 예선전 카타르 원정경기 앞두고 최종 훈련
  • 박해준 기자 newsphj@gamil.com
  • 승인 2016.03.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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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뉴스=박해준 기자] 21일 월요일 오후 4시 람틴에 위치한 사이초완경기장에서 홍콩축구대표팀은 마지막 훈련시간을 가졌다. 홍콩은 24일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전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고 이날 저녁 출국 직전 최종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대한뉴스

 

지난 주말까지 홍콩 프로리그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의 회복을 돕고 한 팀으로 조직력을 맞추는데 집중했다.


추운 날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갑작스런 비 때문에 연습 준비을 다해 놓고도 그치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대표팀의 마지막 훈련을 취재하기 위한 20여명의 취재진들도 모두 비를 맞으며 기다렸다.

 

 

▲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김판곤 감독은 무척 신중한 분위기였다.ⓒ대한뉴스

김판곤 감독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아쉬움이 많아 보였다. “연습경기를 해보고 카타르로 출국하려고 했는데 (프로리그) 일정이 허락지 않았다. 마지막에 새로 투입한 선수들도 3명이나 되기 때문에 경기가 꼭 필요했었다.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잘 정비해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동안 김판곤 감독은 홍콩 기자들에게 틈틈이 인터뷰를 가졌고 선수들의 상태, 선발기준, 목표 등을 영어로 반복하며 충실히 답했다. 홍콩대표팀은 귀화한 외국선수들이 절반을 차지한다. 마지막 엔트리 23명 중에 10명이 용병출신 귀화 선수다. 홍콩 프로리그는 오래전부터 리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용병선수가 많았고 7년 영주권을 습득한 외국인 선수에 한해 귀화를 허가한다. 귀화 1년이 지나면 홍콩국가대표팀까지 뛸 수 있다. 럭비같은 종목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홍콩 로컬 출신 선수들을 원하는 팬들이나 언론의 비판은 매년 끊이지 않는다. 김판곤 감독은 선수차출에 대한 다소 도발적이거나 공격적인 질문에도 “누구든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짧고 냉정하게 대답했다. 특정 선수에 대한 예민한 질문이 나와도 “팀플레이에 집중하고 우리가 가진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원칙적인 답변으로 정리했다.

 

김 감독은 작년 중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Die for Hong Kong’이라는 말로 홍콩인들의 깜짝 놀라게하며 팬심을 하나로 묶었다. 반중시위 분위기로 인한 반사효과도 물론 있었지만 축구에 대한 그의 태도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서 스포츠사설을 쓰는 찬킨와 기자는 “한국에서는 ‘죽는다’는 표현을 구어로 잘 쓰겠지만, 홍콩 사람들은 축구를 스포츠, 레져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김 감독의 ‘죽음을 불사르는 투혼’은 홍콩인에게 매우 진지하고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김 감독은 10여년 전부터 선수로서, 프로팀 감독으로서 이미 홍콩인에게 잘 알려진 유명인사다. 선수들, 팬들, 구단주들도 그의 열정을 인정한다”고 김 감독의 장점을 설명했다.

 

30분이 지나도 빗방울이 더욱 굵어졌고 연습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속이 타들어갈 듯한 그에게 불쑥 ‘젊은 김판곤’의 모습을 물었다.

 

처음 홍콩에 올 때 지금 대표팀 감독까지 꿈꿔본 적이 있는지?
김 감독 ) 대표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선수로 올 때는 꿈도 못꿀 때였다. 그냥 막연히 외국에서 감독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달려든 건 아니었다.

 

스포츠 지도자로서 홍콩 전체의 스포트를 받고 있는데 기분은 어떠신지?
김 감독)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과정이다. (내가 여기까지 올 줄은) 누구도 예상 못했다. 진짜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도 김판곤 축구교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플레잉코치를 그만두고 홍콩 프로팀 감독이 되기 전까지 잠시 교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축구교실을 운영했다)
김 감독 ) 참 고생 많이 했다. 그게 없었으면 오늘이 없다. 그나마 축구교실하면서 내가 지도자를 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진짜 고생도 제일 많이 했지만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부분이다. 교민들이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그게 없었으면 한국으로 돌아갔을 상황이었으니까.

 

그때 가르쳤던 아이들도 다 컸을텐데?
김 감독 ) 아이들이 대학도 가고 성인이 됐는데 지금도 연락하고 식당에서 만나면 반갑게 맞아준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잘 배운 아이들이 사회성도 좋고 지금도 잘 큰 것 같아 기쁘다.

 

그 아이들의 아빠 모임이 파파(PAFA, 한인축구동우회)가 됐다
김 감독 ) 그렇다. 모든게 아름다운 추억이다. 진심으로 감사한다.
 

지금의 홍콩 감독 생활은 어떠신지
김 감독 ) 이 직업이 진짜 불안하다. 매일 치열하게 살아간다.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조심조심하고 실수 안하려고 한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자주 말하지만 절제하고 통제하라고. (본인을 포함해 외국출신 선수들이 많아 홍콩인들 사이에서 조심하려는 듯) 외국이니까 더 그렇다. 절대로 안정권에 왔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적 없다.

 

 

스포츠 꿈을 갖고 홍콩에 오는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무엇이든 자기가 진짜 도전하고 노력하면 안되는 것은 없다고 본다. 어렵지만, 확률이 적지만 사람이 태어나서 도전해볼 필요가 있고. 실패를 하더라도 다음에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는 거니까. 모든 것을 다 쏟아낸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대한뉴스

 

우리 한인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많이 응원해주신 홍콩 교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저도 한 사람의 교민으로서 한국인의 긍지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있다. 저희들이 이번 월드컵 예선전에서 정말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이것이 모두 우리 한국을 위한 좋은 이미지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늘 (21일) 밤에 카타르와의 마지막 예선(24일)을 앞두고 출국을 하는데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오후 5시가 되자 골키퍼 전담코치가 비를 맞고라도 훈련을 해야겠다고 허락을 구했다. 잠시 뒤 모든 선수들도 비를 맞으며 경기장을 돌기 시작했다. 3대3 패스와 원터치패스, 투터치패스를 했다. 몸이 점점 풀린 선수들은 더욱 박력있는 움직임으로 패스했다. 비는 계속 내렸고 잔디도 완전히 젖어 미끄러웠다.

 

김 감독은 부상입으면 안 된다며 세게 부딫히지 말라고 주의했다. 이어 미니 패싱경기를 조금더 한 뒤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했다. 

 

피지컬 담당 코치의 구령아래 몸을 풀 때 김 감독은 느린 걸음으로 선수를 사이를 거닐렀다. 스트레칭하고 있는 선수 한명 한명과 악수를 나눴다. 말없이 어깨를 감싸 두드리기도 했다. 한 골키퍼는 김 감독이 손을 내밀자 장갑을 벗고 악수에 답했다. 최종 엔트리에 오른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의지를 보이는 영화같은 장면이었다.(기사제휴=홍콩수요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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