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왜 백만의 홍콩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는가? 박완기 홍콩변호사
[특별기고] 왜 백만의 홍콩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는가? 박완기 홍콩변호사
박완기 홍콩법정변호사
  • 대한뉴스 dhns@naver.com
  • 승인 2019.06.1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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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뉴스] 최근 홍콩의 중심부는 백만의 (주최 측 추정) 인파로 마비되었다.

ⓒ대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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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말 시작되었던 우산혁명 시위 이후 최대 인파다.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작한 시민들의 시위 행렬은 늦은 밤까지 정부청사로 이어졌다. 홍콩 중심부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시위 행렬 사진과 함께 시위 소식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강타했는데 그럼 왜 백만의 시민은 거리로 나왔는가?

 

지난 몇 달간 홍콩의 정계와 법조계, 시민단체들은 범죄인인도 관련 법률 개정을 놓고 찬반 토론이 이어지면서 격하게 토론했고 의회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정치인들 간의 심한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친중파 (Pro-establishment) 는 범죄인인도 관련 법률의 개정을 추진했고, 민주파 (Pan-democracy) 는 법률 개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범죄인인도 관련 법률 개정안이 왜 친중파와 민주파를 이토록 첨예하게 대립하도록 만들었는지 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범죄인인도 관련 법률의 개정 논의는 한 19세 홍콩 대학생이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2018년 2월, 홍콩의 한 대학생 커플은 발렌타인데이를 대만에서 함께 보내려고 여행을 간다.

 

Chan Tong-kai (현재 20세) 남자 대학생은 자신의 여자친구 Poon Hiu-wing (당시 20세) 가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여자친구는 임신한 아기가 자신의 전 남자친구 사이에서 생겼다고 Chan 에게 얘기하면서 전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 장면을 보여줬다고 한다. 화가 난 Chan 은 당시 임신 중이었던 Poon 을 대만에서 살해했고 시신을 유기한 후 홍콩으로 돌아온다.

 

홍콩에서 Chan 은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협의로 체포된다. 그리고 Poon 을 대만에서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2019년 4월 29일 홍콩 고등법원에서는 절도와 (살해한 여자친구의 돈과 소지품을 챙긴 혐의) 돈세탁 방지법 위반 혐의로만 Chan 에게 29개월 징역형을 확정했다. 홍콩 법원이 Chan 을 살해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이유는 범죄행위가 홍콩 밖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홍콩의 기존 범죄인인도 관련 법률 (Fugitive Offenders Ordinance) 은 협정이 맺어진 20개국에만 범죄인을 송환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만은 20개국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Chan 이 홍콩에서 29개월의 징역형을 마치고 출소해도 대만으로 송환할 수 없다.

 

따라서, 살해 혐의에 대한 재판을 대만에서 받을 수 없게 된다.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홍콩으로 도망 온 범죄자들을 20개국 외 국가로는 송환할 수 없다는 법의 구멍이 있고 살해된 Chan 의 여자친구 Poon 의 가족들을 생각하더라도 Chan 이 대만에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홍콩 정부는 서둘러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홍콩 시민들과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자유와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의회에서 통과시키면 안 된다며 백만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시위행진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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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법률은 중국 중앙정부의 범죄인 송환 요청에 응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는데 (홍콩과 중국 사이 범죄인인도 협정이 맺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개정안은 대만과 중국, 마카오의 요청이 있다면 범죄자를 송환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홍콩의 행정장관이 홍콩과 협정이 맺어져 있지 않은 국가로부터의 범죄자 송환 요청도 고려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홍콩 법원이 범죄인 송환 여부를 충분한 범죄 증거가 있는지와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지를 토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지만 중국 본토로도 송환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홍콩 시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이 결국 범민주계 정치운동가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고 자유로운 정치적 발언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로 악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또한, 범죄 혐의가 있어 중국으로 송환된 홍콩 시민들 혹은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홍콩 전체 인구 중 7분의 1이 지난 9일 거리로 나와 시위하면서 수많은 시민들이 개정안 통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다시 한번 홍콩 사회는 심각하게 분열되고 있다. 북경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혹시나 2047년 전까지도 서서히 홍콩 시민들과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자유가 억압받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한 중국 본토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는 계속 정치적인 이슈화가 될 것으로 보이고 홍콩 사회는 친중파와 범민주계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 후 혹은 수십년 후 2019년 6월을 되돌아볼 때 우리는 홍콩과 중국의 현대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시점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살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살아서 요동치는 역사의 한 장면을 직접 목격하며 같은 하늘 아래에서 백만의 외침을 들은 것이다. (기사제휴=홍콩수요저널)

 

- 박완기 홍콩법정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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