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명지동 김 공판장의 20번 중매인
똑순이 엄정하(52세)여사
부산시강서구 명지동 김 공판장에서 '똑순이'란 친근한 호칭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기분 좋게 만드는 화통한 웃음소리를 가지고 있는 엄정하씨는 김 경매에 직접 참가하는 몇 되지 않는 여성 중 한 사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으로 시집을 오면서 생계를 위해 낙지, 멍게 등 수산물 소매업을 시작으로 수산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지난 1980년 6월 수협의 추천으로 김 중개인이 되었고, 그로부터 2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뛰어들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죠.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참가하여 이 눈치 저 눈치로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좋은 물건을 보는 안목도 생기더라고요" 엄정하씨는 지난 26년간을 회상한다.
매일 오후 12시 30분이되면 경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지고 호각소리와 함께 김 경매는 시작된다.
경매사의 우렁찬 목소리와 중매인의 분주한 손짓은 김 공판장의 활기를 더해준다. 약간만 무질서해져도 큰 소리가 오고가고 자칫 거칠어 질수 있는 공판장을 엄정하씨는 특유의 경쾌한 웃음소리로 공판장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경매로 사들인 1천여 개의 박스에 가득 담긴 물김은 각 거래처로 시간을 다투며 운반되어진다. 여성으로써 어려운 점을 묻자 "여성이라서 힘든 점은 없습니다. 다만, 하루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한두 시간에 불과하여 좀 힘듭니다. 하지만, 물건을 좀더 꼼꼼하게 세심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26년 동안 김 중매를 하면서 얻어진 탁월한 안목 덕분에, 엄정하씨와 거래하는 업체들은 물건을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열심히 뛴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엄정하씨는 거래처를 일일이 챙겨볼 정도로 발로 뛰는 사업가이다. 물건이 제대로 운반되었는지 확인하고 나면 먼 길 마다 않고, 거래처들을 둘러본다. 전화상으로가 아니라 직접 방문하는 것이 더욱 신뢰 속에서 거래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잠자리에 드는 시각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순리대로 살자'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엄정하씨는 시원시원한 웃음처럼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다. 무슨 일이든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
"더러 손해를 보더라도 욕심 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고, 검소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라고 엄정하씨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