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바뀌면 적어도 수천만개의 달력이 일시에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같은 수의 새 달력이 책상 위에 놓이거나 벽에 걸린다.
그런데 유명 화가의 그림이나 풍경 사진을 짜깁기한 달력은 이제 옛말이다. 기업들이 만드는 신년 달력이 달라지고 있다. 공들여 만든 달력으로 회사의 고유한 이미지를 살리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아트 캘린더'가 있다.
2006 년도 '아트캘린더' 중에는 단연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것이 눈에 띈다. 노래방 배경 화면 같은 분위기에 무명의 미녀 모델을 등장시킨 주류업계의 전통처럼 돼 왔던 '복고풍' 달력을 과감히 버렸다.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달력은 '누드 문신'을 소재로 한다. 모두 4종으로(하이트, 진로 각각 2종) 세 여인의 누드 위에 브랜드 이미지를 덧입혔다. 크기는 가로·세로 60cm*90cm, 재질은 아렌다 용지를 써서 액자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쇄 품질이 높다.
제작은 현대미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작가 김준 씨가 맡았다. 김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부터 올해까지 개인전을 12회 열었고 아시아 퍼시픽 트리엔날레(호주),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 등 많은 단체전을 가졌다.
그는 인체의 단편을 오브제로 만들어 거기에 문신을 새겨 놓는 방식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하이트와 진로 외에도 상당수 기업들이 아트캘린더를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은 매년 만드는 VIP용 명화 달력의 내년 인쇄 물량을 올해보다 10% 늘렸다. 올해의 달력 주제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SK그룹은 새 로고로 내세운 '행복경영'을 강조한 달력이 제작중이다. 화가 김수준의 '시간과 기억' 연작을 달력 그림에 넣기로 했다.
한국도자기는 내년이 개의 해여서 내년 달력 접시는 개를 주제로 만들고 있다. 12간지를 주제로 제작되는 이 달력 접시는 일부 주부들이 모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상선은 자사 30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선박의 모습을 달력에 담아 전세계 23개 현지법인과 57개 해외지점에 새해 달력을 발송해 현재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선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