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글을 읽다보면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한 노신의 깊은 애정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죠.
그러나 기대를 가지고 둘러본 소흥은..(조금 천박한)관광지화로 되어있었습니다.
그의 고향 소흥엔 노신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박물관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고, 오로지 그의 이미지를 상품화해서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털려는 지방 정부와 상인들의 짝짝꿍만 확인하고 왔습니다. 地下의 노신이 자본주의의 극단을 달리고 있는 자신의 고향을 본다면 뭐라 할지 궁금합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중문학을 공부한 문학도(文學徒) 이영동의 ‘無爲自然’이란 글의 에필로그 중의 일부이다.
문학도 이영동은 우리주위에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산악인으로 잘 알려져있다.
대학시절부터 산악부(명지대 OB)에서 활동했던 문학도 이영동은 암벽과 빙벽등반은 물론 전문적인 클라이밍에 심취했고, 히말라야 안나프루나 산군 ‘출루 피크’봉(峰)등반을 비롯, 중국의 ‘쓰구냥’산, 대만의 ‘옥산’을 수차례 오르기도 했다.
현재 전문등산쪽에서 활동하는 왠만한 클라이머들도 그가 누구인지는 다 알고 있다.
산과 자연을 사랑했던 풍부한 感性의 낭만파 클라이머
산 자체가 좋아 산에 올랐다는 이영동 작가는 틈틈이 틈을 내어 목공예품을 직접 제작 하기도 했으며 산 이라는 자연과 사회현실의 이분법을 카메라에 담아 나름대로 예술에 대한 감성(感性)을 키워나갔다.
산을 사랑하고 자연과 벗삼았던 그의 감성은 문학성이라는 그의 선천적 재질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그가 올 6월 20일부터 일주일간 ‘임진각 풍경’ 이란 주제로 인사동 ‘갤러리나우’에서 사진전시회를 통해 정식으로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대학때부터 사회현상에 관심을, 그리고 이제는 예술사진에 담아본다
낭만적인 산악인에서 사진예술의 감성세계로 첫발을 내딘 이영동 작가를 만났다.
‘대학때부터 사회현상(Social phenomenon)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졸업후 우리는 이러한 원초적인 관심을 망각하지요. 앞으로의 인생의 계획을 설계하다 문득 어느순간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문학도 산악인에서 사진작가의 길을 가려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영동 작가는 이같이 밝히며 예전 냉전시대의 산물이었던 임진각은 이제 사람들의 유희적 공간으로 탈바꿈 되었기에 이번 데뷔 사진전을 통해 냉전 이데올로기가 지배했던 곳을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출 할 것이라 말했다.
사회 이데올로기가 쳐놓은 공간, 그리고 그것에 지배되는 우리 인간들
‘처음에는 사진이라는 수단으로 저의 관심분야였던 사회현상을 표현하려는 욕구에 그쳤지만, 이제는 과거와 현재의 공간적 의미가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사회는 그것을 공간적으로 둘러싼 다양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이끌리기도 하고 조정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데올로기는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학습되고 피드백(Feed-Back)되고 있습니다. 때론 그것들이 새로운 가치체계를 형성, 대중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오늘날의 임진각은 이런 점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영동 작가는 이어 ‘우리가 가졌던 임진각에 대한 이미지는 원래 분단.망향(望鄕).통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임진각은 냉전과 반공 이데올로기를 떠나 경제논리에 따른 달콤함에 묻혔습니다. 분단 현장이라는 무거운 이미지에 반해 그곳 한 가운데 위치한 놀이공원이 갖는 가벼움은 참으로 역설적이면서 동시대의 단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고 말하면서 그의 ‘임진각 풍경’이란 Concept을 채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 수는 모두 20점 내외이다.
자본주의, 다국적 기업들도 사진 예술세계의 좋은 소재
‘이번 데뷔 전시회를 통해 첫 작품을 선보인후 계속 사회현상속의 이른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작품활동을 계속 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의식을 지배하는 모든 것들을 좀더 냉철히 뒤짚어서 파헤칠 것입니다’
이영동 작가에 따르면, 그가 사진전시회의 테마나 소재로 삼고 있는 것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것들, 그리고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에 관한 것, 그리고 그들의 자본의 상징적 의미에 관것 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교육이란 소재도 한번쯤은 도전해 볼 만한 사진전시회의 테마 라고 그는 강조한다.
21세기 신자본주의 경제 논리에 살고있는 그가 이번 데뷔 전시회를 통해 어떻게 반공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권위주의, 그리고 이를 대처한 사물의 상품화와 극단적 이익추구라는 이분법을 어떻게 표현할 지 기대가 된다.
취재_이명근 기자/사진_고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