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및 만성 질환 증가에 의한 지속적인 수요증가로 타 산업에 비해서는 유리한 입장으로 보였던 제약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R&D 생산성 저하 및 정부와 보험사의 약가 인하 압력으로 위기를 느끼기 시작해 최근의 경제 위기를 맞아 더욱 생존 및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90년대 이후 R&D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신약 허가 수는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허가 직전의 임상 단계인 임상 3상에서의 실패율도 2005년 기준 50%로, 1995년의 20%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 따르면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후보물질이 시장에 출시될 확률은 2005년 기준 8%로, 1990년의 14%에 비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허가 과정이 더 까다로워졌고 임상시험 기간 및 참여 환자 수 등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국내 제약기업의 의약품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 대비 64% 수준으로, 58개월의 기술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한미 FTA 효과,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 기준 선진화 추진 등의 효과가 본격화될 2010년 이후에 제약업계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MP 기준 선진화와 높은 수준의 품질 관리 요구는 수백억 원 대 자본 투자를 수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별등재시스템과 강력한 약가 통제로 국내 제약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R&D 생산성 악화에 더하여, 고령화 및 만성 질환 증가에 의한 약제비 증가로 건강 보험 재정의 부담을 느낀 각국 정부와 보험사는 약가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했고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제약업계의 돌파구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에서는 약 600여 개 제약사가 경쟁하고 있고, 이 중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240개 내외로 조사되고 있다. 이들 국내 제약업체의 현실은 어떠한지 짚어봐야 할 것이다.
제약업계 개편...건강보험료가 변수?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는 최근 EDI 청구액 1위 ‘플라빅스’ 등 4123품목에 대해 약가재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약가재평가란 보험약가 산정 이후의 여건 변화(외국에서의 약가 인하 등)를 반영하기 위해 상한금액을 다시 산정, 조정하는 제도로 3년마다 시행되고 있다. 정부가 매년 1,000억 원 수준의 약제비를 절감하면서 이 약가 인하정책이 제약업계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약가 리베이트와 관련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처분이 계속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보건복지가족부에서도 부랴부랴 작년 12월에 약사법 시행규칙을 고쳐 의료공급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쌍벌 규정의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한편,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점차 개선되고 건전화될수록 정부의 약가인하 압력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의료비 지출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상회하기 시작하면서 2001년에는 20% 이상, 2006년에는 GDP의 6.4%를 지출한 바 있다. 하지만 OECD 회원국의 국민의료비 지출 평균인 GDP의 9.1%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리베이트는 약물선택에서 환자의 이익과 상충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개연성을 제공하므로 이는 근절되어야 합니다.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낮은 건강보험료가 약가 리베이트를 유발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의료기관은 약값에서 약 24.9%를 가져가는 게 암묵적인 전통이었습니다. 이는 저수가로 인한 의료기관의 경영악화를 벌충하는 의미로 인식되었던 것입니다. 의사들은 의료수가의 개선 없이 이 부분을 없애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리베이트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현실을 정부와 사회가 이해해주고, 무엇보다도 대안을 마련해주어야 리베이트도 근절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당뇨/고혈압/알레르기 치료제, 피부외용제 등의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진단시약 제품을 공급하며, 2002년 영업자동화 시스템인 ETMS(Electronic Territory Management System)를 도입하여 고객지향의 영업 마케팅을 실현하고 있는 한독약품(주)은 1954년 7월에 연합약품(주)으로 설립되어, 1957년 독일 훽스트(Hoechst)와 기술제휴를 하고 1964년에 합작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투명경영 정신...정도(征途)가 해법
지난 54년 설립 이후 단 한 번의 적자발생 없이 51년간 연속배당을 실현해오고 있으며, 합작 이래 외국인을 포함한 이사회를 구성해 기업 투명성을 견지해오고 있는 점이 한독약품(주) 현재의 두드러지는 성과를 가져다주었던 근간이 되었다. 김 대표는 “한독약품은 창업 이래 오로지 제약 산업에만 전념해오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도(征途)경영과 기업윤리를 실천하고자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고객, 파트너사, 주주, 임직원에게 투명경영의 원칙을 지켜나가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최근 한국회계학회 2009 하계국제학술대회에서 투명회계대상을 수상하며 밝힌 바 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를 졸업해 11년간 의사로 일하다 제약업계에 뛰어든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한독약품(주)이 ‘당나귀 같은 회사’라고 소개했다.
“한독약품(주)은 글로벌 회사와 국내 제약회사 양쪽의 좋은 점을 가진 ‘당나귀’같은 제약회사입니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투명경영 정신으로 뭉친 한독약품(주)이 국내 다른 제약회사들보다 유리할 것은 자명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추고 있는 이 회사에서 국민 건강에 기여하고 가장 존경받는 제약회사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제약회사들이 두 자리 숫자의 성장률을 보일 때 한 자리 숫자에 머물렀던 것은 이처럼 경영이 투명하게 오픈되어 있어 거품이 존재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올해 들어 다각적인 두각을 보이는 것 역시 이런 투명한 관계가 신뢰로 나타나 ‘정도(征途)가 해법’이라는 신념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적, 윤리적 마케팅이 중요
현재 한독약품(주)의 R&D비용은 6% 남짓으로 다른 제약회사들과 비슷한 수준. 김 대표는 앞으로 10% 이상 R&D비용을 늘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20개의 인라이센싱에 들어갈 예정이고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약개발을 위해 7명 박사들을 영입해 연구소에서 비임상 연구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2~3년 내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그는 낙관했다.
이 밖에도 한독약품(주)은 미국 에코 세라퓨틱스社(대표 패트릭 무니)와 최근 경피부착형 혈당측정기 Symphony™ tCGM(transdermal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 경피부착형 지속적 혈당측정기)의 국내 마케팅 및 영업에 관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자회사인 ‘한독휴먼헬스(대표이사 이춘엽)’를 통해 본격적으로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독은 전통적으로 신약을 중심으로 사업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외부 환경에 변화에 대응하여 제네릭 시장에도 진출하기로 했습니다. 한독 제네릭의 경쟁력은 품질입니다. 양질의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한다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는 신경정신과 중심으로 전문적인 제네릭을 출시하고 있고, 앞으로 항암제로 확대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윤리적이고 의학적 근거에 입각한 영업을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고, 경쟁품들보다 품질이 앞서간다면 당연히 저희 제품을 쓰지 않겠습니까.”
한국 제약회사들에게 마케팅보다 리베이트가 당연히 더 가까운 유혹일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이때, 제약 비즈니스는 마케팅의 원칙에 따라서, 고객들의 니즈에 포커스를 맞춘 과학적인 마케팅, 윤리적인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과학과 윤리가 제약 산업의 중심축이 될 때 비로소 인간의 건강을 생각하는 제약 산업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취재/ 김유진 기자 사진/ 박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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