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우가 말하는 영화음악이란…
영화 속 감정을 실어 나르는 언어,
인물을 창조하는 수단, 하나의 기억장치
영화음악을 만드는 사람
그를 처음만난 건 대장금 제작발표회에서다. 소탈한 그의 모습은 ‘구속되지 않는 자유’랄까. 억매임도, 막힘도 없는 질주의 시간을 달리는 듯 했으며, 너무도 편안한 복장은 그의 당당함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
가슴에서 거둬지지 않은 감동의 뮤지컬 <대장금>를 준비하면서 감정의 언어를 담당하는 조성우 대표는 이번 작품에 뜨거운 열의를 내보였다. ‘기존 사극이라는 틀을 벗어나 동서양을 막론한 음악적 보편성을 통해 관객들의 감정을 움직이고 싶다’는 조성우 대표의 신념은 그 동안 삼십여 편의 영화음악을 만들어오면서 영화와 음악 사이에 존재하는 ‘언어’를 만들어 낸 한국의 창작 음악가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며 영화로의 여행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 그들에게 입히는 음악들. 그 공간에 존재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주어지듯 성공의 발판은 고통이다. 그 역시 고통 속에 허우적대던 시절이 없었겠는가.
그가 처음으로 음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7세 때 시작한 바이올린 공부를 통해서다. 이후 대학의 아마추어 밴드활동을 하던 친 형들의 영향으로 나이에 맞지 않게 비틀즈, 보스톤 등의 대중음악에 심취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시절부터는 스쿨밴드를 조직하여 기타 연주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연세 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한 후에도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는 철학를 전공했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라이프니쯔 철학의 존재-논리적 기초' 라는 논문으로 연세 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교수의 길을 가려던 그는 제도권 철학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잡혀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되었고, 우연히 단편영화 “심우도”(김권일 감독)에서 영화음악을 맡게 되어 영화음악 작곡가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의 그를 만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유 없이 좋았던 영화음악. 어떤 수식어도 없이 그에겐 영화음악이 곧 자신이다.
95년 ‘8월의 크리스마스’, ‘정사’, ‘약속’ 등의 작품들을 보면서 화려한 출발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젓는다. 음악가가 마음에 안 든다며 중간에 교체되기도 했었고, 회사 설립 후에는 음반 시장이 좋지 않아서 고생이 많았다고. 하지만 어찌 고통 없는 성공을 바라겠으며, 욕심낼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성공의 발돋움은 곧 고통을 뜻하는 것이며, 고통이 동반되지 않는 성공은 있을 수는 없다며 그는 흐뭇하게 웃는다.
사람을 보면 그가 무슨 직업을 지니고 있는지 단번에 식별해 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것의 가치는 그 일에 대해 ‘얼마나’의‘열정’을 지니고 있느냐가 아닐까.
그는 실로 영화음악을 만드는 사람 같았다. 그를 만나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영화 음악 속에 흠뻑 빠졌으니, 그 말이 결코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영화 & 음악
‘영화와 음악의 관계 정의’에 대한 질문에서 그는 ‘영화 속 감정을 실어 나르는 언어’라고 답한다. 그는 “영화와 음악은 떼어놓을 수 없다.”며 “영화의 값을 높이고, 질을 높이는데 있어 음악은 하나의 큰 장치다.”라고 강조한다.
영화에서 인물은 대사나 행동으로 창조되고 인식된다. 그 안에서 음악은 인물의 심리를 창조해 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영화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것을 기억할 수 있는 수단. 즉, 기억장치. 청각적으로 인물을 그리고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영화음악의 역할이다.
우리는 ‘미션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하면 긴박감을 조성하는 음악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또한 사운도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의 도레미송도 빠트릴 수 없다. 이 만큼 영화와 음악의 관계는 분리될 수 없다.
음악은 관객과 영화를 만나게 해 준다. 음악으로 인해 몰입할 수 있게 하며, 감정 동화, 유입, 친화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음악이라 함은 다 마무리된 영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관객들의 감정을 책임지고, 여러 가지 소통 장치 중 음악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여운, 영화 속에서 장면을 연상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베이스에 깔린 음악이다. 음악이 관객의 감정을 흔들어 울게도, 웃게도 하는 것이다.
조성우가 추구하는 음악 세계
처음 영화음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회사를 차린 뒤 영화 OST의 외국 팝송들을 제거하고, 한국의 창조적인 음악을 삽입하는 것이 그의 신념이라면 그러했다. 하지만 그의 신념과 세상과 비례되지 않았다. 잘 팔리는 OST에는 외국 음악이 많이 삽입되어 있다. 그는 100% 창작음악만을 추구한다. 그러나 한국 작곡가가 만든 창작 OST, 사람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회사 설립 후 2년여 동안 외국 음악을 다 제거하고 창작만으로 만든 음악은 재정적인 어려움을 불러오고,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던 설움을 겪게 했다. 말하는 그의 낯빛이 쓸쓸해 보였지만 그러한 그의 신념이 지금의 한국 영화음반에 불을 켰음은 가히 치하할 만하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 대중적이고 관객들을 겨냥한 상업영화는 철저하게 거부한다. 작가적인 성향이 있는 작품들,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감독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그는 최상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한 영화를 하다 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며, “내가 영화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항상 새로운 사람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한 여행”이라고 한다.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뮤지컬 <대장금>에서도 새로운 음악을 창조한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 있어 10여 년간 음악을 만들어 온 이래 새로운 도전이자 꿈이라고 고백한다. 그 도전과 꿈을 최대한 안정되고 검증된 방식으로 풀어나간다는 것이 지금의 그의 준비 과정이다.
그는 그 동안 체험했던 다종다양의 경험과 감정들, 국제 시장에서 보편성을 확인한 정서와 작법들을 추려내어 대장금에 쏟아내고자 한다. 뮤지컬의 스타일과 정서, 드라마, 스케일 이 4가지 음악적 감동의 요소들을 적절히 배합해 지나침과 모자람이 없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선율이 많다고 감동이 비례되는 건 아니다. 큰 스케일이 감동을 유지시키는 것도 아니다. 독창적인 스타일이 감동을 불러오는 건 그 아래 익숙함이 이미 존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지금까지 그가 추구해 온 음악들, 또한 추구하는 음악들. 그는 이번 작품에 그 모든 것을 실어 나를 것이다. 작품을 살아있게 만드는 마법의 장치를 품고 있는 그의 활약에 기대가 크다.
현재의 그… (주)M&F
영화음악가 조성우는 우리 영화음악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려 한국 영화음악의 새로운 장을 연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선천적인 음악적 재능과 영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탁월한 직관, 그리고 창작 Score 작곡에 대한 남다른 고집으로 그는 영화계에서 확고한 포지션을 확보했다. 그는 연세대 철학과를 전공했으며, 철학 박사 과장 후 현재 연세대 문리대 철학과 겸임교수로 있으며 서양근대철학과 예술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또한 1999년 자신이 설립한 영화음악 전문 프로덕션 (주)M&F는 창립 7주년 째 접어들면서 많은 성장을 보였다. 이는 최고의 작곡가들이 모여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OST로 시작해서 지금은 영화음악제작사로 옷을 바꿔 입고 영화의 음악의 완벽한 호흡을 창조해 내고 있다. (주)M&F는 Music&Film, Creation 의 약자로 음악을 목표로 하지만 영화를 위해 음악을 한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졌다. 그 취지에 입각하여, 국내 최초로 영화음악을 위한 전문 녹음실과 순수한 창작 OST(Original Soundtrack) 전문 제작사로 젊은 문화의 중심지 홍대가 있는 서교동에 자리를 잡고 1999년 1월에 첫 시작을 열었다.
(주)M&F는 약 30여 편의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그리고 다큐멘터리 등의 음악을 제작했으며, 광고음악, 게임음악, 영화사 로고 음악 등 다양한 곳에서도 (주)M&F 음악팀의 감각적인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활동무대를 영상에 국한하지 않고, 스크린 밖으로 나와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함께 콘서트를 열어 영화음악 팬들에게 듣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제 M&F는 그 출발점이 되었던 영화음악과 음반의 제작을 기본 산업으로 하여, 공연과 영상 등 여러 분야에서 기업적 시스템으로 창의적인 작품들을 생산하는 문화 컨텐츠 회사로 성장해 가고 있다. 그 성장의 원동력은 바로 창의성을 지닌 사람들이며, 그 역량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는 기업화된 시스템이다. (주)M&F사는 영화와 음악의 소통을, 나아가 다양한 문화 컨텐츠로 한국을 알리는 대표주자가 될 것이다. 조성우 대표를 비롯하여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 외국 문물이 쏟아지는 현 시점에서 한국적인 음악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영화의 질을 향상시키는 키워드가 될 것을 예감한다.
그리고 당신은 곧, 조성우 대표의 영화음악으로 초대받을 것이다.
작곡 영화 『꽃 피는 봄이 오면』『인어공주』『봄날은 간다』『고양이를 부탁해』『선물』『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킬리만자로』『플란다스의 개』『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8월의 크리스마스』『정사』『약속』『사랑해 말순씨』『형사』『인정사정 볼 것 없다』『해적 디스코왕 되다』등
수상 제20회 영평상 음악상
제3회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제 음악상
제25회 청룡영화제 음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