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지방에서 아주머니를 ‘아지매로’ 간고등어를 ‘간고디이’ 라고 부른다. 안동지방 방언으로 세기를 지나오면서 정겹게 불리고 있다. 2일 7일이 안동 장날인데, 그때 신시장 어귀는 빳빳하게 다림질한 한복 바지저고리와 한복 치마저고리 입은 면 단위 어르신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안동시 는 크게 구 시장과 신시장이 나누어져 있다. 지금은 하천 복개공사를 해서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지만, 복개공사 하기 전에 소하천이 있었는데 그곳 둑을 사장 둑이라고 불렀다. 사장 둑을 중심으로 서쪽은 신시장, 동쪽은 구 시장이라고 했다.
당시 구 시장은 좀 고급스러운 상품이 진열돼 있었고 신시장은 주로 농사일에 쓰이는 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 장날은 신시장이 북적거릴 수밖에 없었으며 현재 신시장에 있는 국밥집이 그때 있던 국밥집인데 필자가 그 식당을 가보고 실망이 컸다.
맛은 변함이 없으나 국밥 그릇 속에 우연히 숟가락으로 저어보니 미세한 모래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곳 아지매를 불러 확인시켰더니 아지매 말이 시래기를 덜 씻었나? 하면서 주인으로 보이는 아지매을 데리고 오더니 국밥값 받지 않겠단다.
국밥값이 문제가 아니고 전통서민 음식이 자리를 잃을까 봐 그게 안타까운 현실로 닦아오면서 순간 갑자기 서러운 마음이 요동해 옴을 느꼈다. 작고하신 부모님 손목 잡고 허기진 배 채우던 반세기 전 그날을 잃은 서러움이 전신을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안동 가면 가끔 들렸던 곳인데 이제 갈 곳이 없다, 그때 어머님이 간고디이 한 손(두 마리 포개진 것) 사면 소금에 절이고 또 절여서 아버지만 드리고 나머지 식구들은 냄새만 맡고 식사했다. 그때 그 간고디이 요즘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으며 또 굽고 또 구워 먹으며 부모님 그리움에 탄식할 때도 있다.
지금도 어머님이 계셨더라면 실컷 사드리고 오래오래 사시라고 건강을 빌었을 텐데… 안타까움이 학가산 (안동시 서후면 소재)을 넘는다. 또 안동 농림고등학교가 있던 자리는 오 간데없고 도둑놈 잡는 곳이 들어선 모양이다.
도둑놈은 여의도에 많다고 하던데, 그곳으로 안가고 하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를 떠밀었는지, 세월이 오만방자해서 옛것을 모르니 오늘이 이 모양이다. 신시장 옆에 안동여고가 있었는데 안동 명문 여고도 어디로 갔는지 잘 보이지 않고, 첫사랑 연인이 다니던 학교인데 황새 목이 되어 두루 살펴봐도 시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안 보인다.
요즘 여학생들이 필자 사무실 앞 주차된 곳 넘어서 흰 연기 내 품으며 제잘 거리 는대, 도대체 담배 살 돈이 어디서 쏟아져 나오길래 반쯤 피우다 발로 비벼버리고 가버리나. 그때 한마디 하면 개망신당하고 욕바가지 뒤집어쓰는 현실을 우리는 가고 있다.
필자가 너무 오래 살았나, 보지 말아야 할 현실을 목도 하고 긴 한숨 쉬며 먼 허공만 바라볼 뿐이다. 안동시 는 유교 문화 발상지로 양반 집성촌이 아직도 건재하고 그 후예들은 각 기관 및 기업요소에서 맹활약하고 있단다.
부디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해라” 고 가르치지 말아주길 간곡히 바라며, 유교의 본향 안동인답게 양심의 그늘을 벗어나지 않기를 학수고대한다. 다음 주에 안동 가면 국밥 대신 간고디이 구운 밥상을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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