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안의원이 전하는 엽서 한장
[이계안의원이 전하는 엽서 한장
  • 대한뉴스
  • 승인 2007.03.19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리운 이름꽃샘추위로 봄기운이 감쪽같이 달아나 버린 지난 3월 7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엘 다녀왔습니다. 민생정치준비모임을 함께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과 차병직 변호사의 공저,「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에서 춤춰라」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지요. 많은 분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박칼린과 배해선의 축하노래가 이어지고, 한승헌 前 감사원장의 위트 있는 축사가 흥을 한껏 돋우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쉬운 것들이었지만 무엇보다 저는 천정배 의원의 인사말이 참 좋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대접해야 한다며 마을의 방물장수들을 배려했던 천의원의 조모 이야기가 특히나 인상 깊었습니다. 그 덕에 어린시절 천의원의 집은 방물장수들의 무료숙소가 되다시피 했고, 천의원 자신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고, 그런 할머니를 가리켜 방물장수들이 하나같이 ‘엄니’라고 불렀다는 대목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엄니-’너무나 그리운 이름입니다.경기도 평택이 고향인 저는 ‘엄니’라는 말보다 ‘엄마’라는 더 말이 익숙합니다만, ‘엄니’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정겹고, 우리네 어머니들의 살가운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더욱이 저에게 남달랐던 것은 오랜기간 힘들게 방물장수로 자식들을 키워낸 우리 ‘엄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남편의 빈자리를 대신해 행상에 나섰던 저의 어머니는 비록 세상 지식과 학문에는 어두울지언정, 기억력 하나로 외상 장부 하나 없이 자식을 뒷바라지한 야무지고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한글도 모르는 순박한 촌부였기에 아들이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크게 좋아할 줄 모르셨던 천상 시골 아낙이었습니다.오랜만에 들은 ‘엄니’라는, 한없이 푸근한 이 말은 제 맘에 많은 생각을 부추겼습니다. 외갓집이 있는 구 장터에서 오 리쯤 떨어진 九美집 행랑채에서 어린 아우와 접방살이를 하시던 엄니가, 아플 틈도 없이 한 달에 한 켤레씩 신발이 다 해지게 걸어 다녔다는 그 막막한 행상길. 입술이 바짝 탄 하루가 터덜터덜 돌아와 잠드는 낮은 집 지붕에는 어정스럽게도 수세미꽃이 노랗게 피었습니다. 강 안개 뒹구는 이른 봄 새벽부터, 그림자도 길도 얼어버린 겨울 그믐밤까지, 끝없이 내빼는 신작로를, 무슨 신명으로 질수심이 걸어서, 이제는 겨울바람에, 홀로 센머리를 날리는 우리 엄니의 모진 세월. 덧없어, 참 덧없어서 눈물겹게 아름다운 지친 행상길. - 윤중호 『詩』-자식들을 위해 끼니도 잠도 아껴가며 사시사철 커다란 보퉁이를 이고 집을 나서던 그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엄니의 모진 세월, 덧없는 행상길’을 떠올리며 목메는 아들의 심정이 마치 제 심정만 같습니다.그 날 천정배 의원은 방물장수를 대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모든 인간의 존귀함을 깨쳤다고 했는데, 방물장수의 아들인 저는 엄마의 모습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조용히 눈을 감고 가슴을 쓰다듬어 봅니다.‘엄마, 보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 400-12 더리브골드타워 1225호
  • 대표전화 : 02-3789-8114, 02-734-3114
  • 팩스 : 02-778-6996
  • 종합일간지 제호 : 대한뉴스
  • 등록번호 : 서울 가 361호
  • 등록일자 : 2003-10-24
  • 인터넷신문 제호 : 대한뉴스(인터넷)
  • 인터넷 등록번호 : 서울 아 00618
  • 등록일자 : 2008-07-10
  • 발행일 : 2005-11-21
  • 발행인 : 대한뉴스신문(주) kim nam cyu
  • 편집인 : kim nam cyu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미숙
  • Copyright © 2020 대한뉴스. All rights reserved. 보도자료 및 제보 : dhns@naver.com
  •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 요강을 준수하며, 제휴기사 등 일부 내용은 본지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