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노닐던 어린 시절, 그 향수를 찾아가는 박기수 화백의 작품세계
자연과 노닐던 어린 시절, 그 향수를 찾아가는 박기수 화백의 작품세계
  • 대한뉴스
  • 승인 2007.03.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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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골목 사이, 코끝에 와 닿는 향긋한 내음. 그 사이로 온화한 여인이 손짓을 하며 인사를 건넨다. 위로는 하늘이, 아래로는 땅이 있는 인사동 찻집에서 그렇게 박기수 화백의 여인을 만났다.

품격 있는 음성, 강함과 부드러움이 풍기는 여인과 박기수 화백이 오기 전 나눈 짧은 대화 속에서는,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깊게 묻어나 있었다. 예술인이라면 꼭 붙어 다니는 ‘가난’으로 인해 어려운 고개를 넘고 또 넘어 왔지만 예술인들의 가난은 내면에 부유함과 자유를 주었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박기수 화백의 작품에 느껴지던 짙은 향수와 자유, 그 잔재를 부인을 통해 다시 보는 듯 하였다. 온통 산과 꽃들이 만연한 작품들. 옛 향수를 그리며 그 길을 다시 되찾고 싶은 박기수 화백의 열정. 아내 옆에서 손을 내밀며 “늦어서 죄송합니다.”자연의 음색을 듣는다.


진달래 따 먹던 어린 시절이 만들어 낸 자연인 박기수 화백

“다시 자연과 뛰놀고 싶었습니다.”

그가 자연을 그리는 이유는 이 뿐이다. 이것이 모든 것을 포괄한다.

예술의 길이 멀고도 험하다고 하지만 박 화백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이 좋았다고 한다. 교내 미술 대회에서 박 화백의 명성은 높았다고. 어린 시절, 흰 바탕 위에 색색이 물들이고 완성하는 일은 박 화백에겐 꿈이 되고, 친구가 되고,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어쩜 연필 잡는 일보다 붓 잡는 일이 더 많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에게 모든 작품들이 대부분 ‘산’으로 구성된 이유를 묻자 그는 웃으며 “어릴 때부터 산을 등지고 살았습니다.”라고 답한다. 높은 산에 올라가 세상을 다 내려다보는 일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긴 하다. 그는 자연과 손잡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봄이 되면 진달래를 따 먹고, 여름이면 그늘에 앉아 낮잠을 즐기고, 가을이면 울긋불긋함에 빠지기도 하고, 한 겨울 눈과 함께 뒹굴던 그 시절을 잊을 수 없다고 박 화백은 말한다.

자연은 지금의 박 화백을 만들어 냈다.

그는 그때의 그 순수한 시절의 향수를 찾아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 때처럼 자연과 뛰놀 수는 없지만 지금도 어김없이 산을 오르내리며 깊게 호흡하고, 작품 속에 산을 담아낸다.

처음부터 자연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작품 초기에는 여러 가지 작품을 그렸지만 어느 순간 어린 시절의 향수가 그리웠고,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산’작품은 벌써 20여년이 넘은 세월을 그와 함께 살아왔다.

그때의 그 향수를 더듬고, 산을 오르내리며 다시 한 번 재해석 되어 탄생되는 작품. 그것이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 낸 자연이다.

그의 작품 세계

이형회(以形會) 회원으로 활동

제천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박 화백은 월 1회 가족이 있는 인천을 다녀간다고 한다. 그 외에 그는 산을 오르거나, 작업실에서 작품에만 몰두한다고.

보통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 정도, 석 달 이상 걸린 작품도 있다고 한다. 대작 같은 경우는 1년까지도 걸리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 끝에 완성된 작품은 매년 열리는 개인 전시회에서 감상 할 수 있다.

당연 그가 영감을 얻는 일도 산행이다. 산 속으로 들어가 느낌을 자아내서 표현해 낸다. 한번 나가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게 박 화백 아내의 말이다. 그는 “오를 때마다 다르다.”며 설악산, 강화산, 월출산, 계룡산, 가까이에는 도봉산 등을 자주 오른다고 한다. 같은 곳을 매번 오르면서도 다른 느낌을 가지고 내려와 작품으로 표현해 내는 박 화백.

그는 이형회(以形會) 회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이형회는 장르를 뛰어넘는 최고의 작품성만을 고집하는 단체다. 지난 84년에 설립된 이 모임은 국전 초대 작가들이 결성한 미술단체로 미술평론가들이 엄선한 작가들만의 모임이다.

서로 다른 형태를 추구하는 작가들이 모이는 이형회는 구상, 비구상회화, 설치 등 미술 분야의 다양한 장르를 추구한다. 박 화백은 이형회 작품전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양하고 품격 높은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작가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평을 나누고, 이해하기 힘든 예술인의 노고를 격려하기도 하며, 작품에 힘을 더해주기도 했지만 그는 작품에 몰두할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 몸담던 이형회 모임을 나온 이후 그는 만남을 단절한 채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 열린 전시회를 이어 그는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작품에 몰두한다. 작업실과 산을 오가며 끝없는 해석의 해석을 보태어 완성한다. 한 달이든, 석 달이든, 일 년이든 그는 오로지 ‘산’에 대한 해석만을 갈구하며, 작품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다.


올바른 미술 문화 정착이 필요

그는 한국인의 미술 문화는 대체로 학연 지연에 이끌려 다닌다고 말한다. 작품을 제대로 접하지 않고, 그저 ‘척’만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작품에 몰두하는 사람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조용히 작업한다는 것. 그는 잠시 단체에서 활동했을 때 함께 어울리는 것에 많은 무게가 실려, 작품에 몰두하기 위해 모든 걸 차단했다.

진정한 미술은 ‘내보이기’에 무게가 실리면 안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개인의 사상이 발견되고, 진실한 작품성이 선명한 ‘작품’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이는 것에 치중하는 작품은, 그 순간 진실성과,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로부터 어떤 것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그는 묵묵히 작업하는 심지 곧은 작가들에게 많은 후원이 제공되어야 할 것임을 덧붙였다.

서양화가 박기수 화백. 산행 덕분인지 몸도, 정신도 건강이 넘쳐 보인다. 작품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가족 일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그는 늘 한 자리를 지켜주고, 부인의 지혜로운 내조에 고마울 따름이다.

그의 산행을 준비하고, 작업실과 집을 오가며, 박기수 화백의 작품을 돕는 아내와 가족들.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값진 후원에 그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인터뷰를 끝마치고 나오면서 그는 산행을 추천하며, “산은 진실합니다.”라고 말한다. 조금만 마음을 풀어놓으면 산에게서 충분한 ‘진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참에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산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내년 그의 전시회 때 ‘산의 진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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