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뉴스=김창열 기자] 지난 11일 막을 내린 ‘2024 파리올림픽’에서 144명의 대한민국 선수단은 뜨거운 투혼과 기적을 연이어 연출하며 매일 밤 국민들께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최종 성적 역시 목표였던 금메달 5개를 훨씬 초과하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 이면에 묻혀있던 각종 부조리와 비리, 권위주의적인 행태와 부실한 선수관리 등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또다시 터져나오며 몸살을 앓고 있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는 금메달을 따낸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과 협회의 의사결정체계, 대회출전 등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여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배드민턴협회는 책임회피식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손흥민, 김연아에 맞춰진 눈높이가 기준이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안세영 선수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역대급 성과를 거둔 사격에서도 올림픽 직전 취임한 신명주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지원은커녕 올림픽 기간 황제 의전만 받고 사퇴하며 ‘프랑스 황제 여행’,‘먹튀’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질적인 파벌 싸움 문제도 수면 위로 올랐다. 파벌 싸움의 대명사인 유도종목은 몰락 끝에 사상 처음 남자 전 체급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 대한레슬링협회 역시 신구 집행부 간 파벌 싸움과 경기력이 저하 논란으로 2개 대회 연속 노메달의 성적표를 받으며 8개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과 비교되고 있다.
선수 지원이 부족한 협회들에 대한 비판도 재점화되고 있다. 대한배구협회의 ‘김치찌개 회식 홀대 논란’, ‘통역사 없는 올림픽 부실지원’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여자배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왔으나, 결국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 조기 탈락으로 초대받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최근 홍명보 감독 선임 문제를 비롯해, 클린스만 전 감독 먹튀 논란, 비위징계자 기습사면 시도 논란, 선수단 불화 등 연이어 큰 논란을 일으켰고 축구 대표팀은 1984년 이후 무려 40년만에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종목별 체육협회와 지역 체육협회를 관리·감독하는 대한체육회도 이번 올림픽 과정에서 여러 가지 구설에 올랐다. 개막식 장내 방송에서 우리 선수단이 북한 선수단으로 소개되고 올림픽 공식 SNS에는 다른나라와 달리 태극기와 대한민국 선수단만 초점이 흐릿한 사진이 게재됐으며, 대한체육회가 지역체육회 임원단 등을 대상으로 구성·지원한 참관단이 비매너 응원 논란으로 ‘민폐 한국인’오명을 쓰는 등 대한체육회의 관리부실 문제도 발생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들 참관단 99명에게 체재비 등의 명목으로 약 6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했으며 각 협회·지역체육회에서도 별도의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안세영 선수 문제에 대해서도 “표현 방식이 서투르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등 협회 측을 대변하며 한쪽에 치우친 편중된 시각을 보였다. 대한체육회는 이 문제에 대해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으나, 이미 색안경을 낀 듯한 이기흥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대한체육회 조사에 대한 공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국민들이 많다.
안세영 선수와 같이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스타 선수까지 양심선언을 이유로 무자비하게 매도당하는 실태를 보면, 얼마나 많은 무명의 엘리트체육 꿈나무들이 각급 체육협회의 파벌주의와 권위주의적인 행태,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주어지는 기회들로 인해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좌절하며 피눈물을 쏟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각종 체육협회들이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불공정한 선수 관리, 권위주의적이고 독단적인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이유는 고질적인 파벌주의와 비위행위자에 대한 제식구 감싸기 차원의 솜방망이 처벌, 대한체육회·문체부 등 감독기관의 부실한 관리·감독체계 등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스포츠윤리센터의 운영 실태다. 지난 2020년 체육계의 인권침해와 비리근절 등 불공정을 타파하기 위해 문체부 산하에 스포츠윤리센터가 설립됐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설립 이후 올해 7월까지 스포츠윤리센터의 사건 처리기한(150일) 내 처리율은 47.7%에 불과하며, 또한 윤리센터가 징계를 요구한 340건 중 실제로 체육단체에서 징계가 이뤄진 것은 200건(59%), 중징계를 요구한 28건 중 11건(39%)은 경징계에 그쳤다. 윤리센터에 직접적인 징계 권한이 없어 체육단체가 제식구감싸기식의 솜방망이 처벌이나 자의적 징계가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또 윤리센터가 처리한 사건 1,682건 중 958건(57%)은 각하처리됐는데, 각하 처리 이유는 본인 또는 신고인의 신고 취하가 주를 이루지만, 가해자와의 원치 않는 합의나 협회나 소속팀의 압력이 작용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최근에 연이어 불거진 체육계 불공정 문제들을 바로 잡고 스포츠윤리센터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윤리센터의 역량 및 조사권 강화, 징계요구의 강제성 등 기능 강화와 제도정비는 물론, 외부의 압력과 영향을 완벽히 차단한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문체부는 그간 논란이 된 대한축구협회와 대한배드민턴협회 문제에 대해 감사 실시라는 칼을 빼들었다.
우선, 이들 협회와 추가로 대한사격연맹 등 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단체들에 대해서 문체부는 공정성을 담보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 파악을 통해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불법적인 운영이나 비위 행위가 드러날 경우 강력한 조치와 함께 체육인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획기적인 쇄신대책이 필요하다.
나아가 종국적으로는 스포츠윤리센터, 스포츠공정위의 독립성 및 기능 강화 등 각급 체육협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상시적인 내·외부 감시시스템의 구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간 제기되어 온 체육계의 논란들에 대해 처리 과정과 자정 노력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앞으로 진행될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체육계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철저히 따져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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