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사법, 행정 주권의 실질적인 한계로 작동할 것
투자자-국가소송제란?
투자자-국가소송제란 외국인 투자자가 자신의 수익이나 권리에 심각한 침해를 받았을 경우 그 책임을 국가에게 묻는 제도입니다. 특히 자신이 당했다고 여기는 불이익이 국가가 취한 사법적 또는 행정적 조치와 관련 있을 때는 한국정부를 국제중재절차로 끌고 나가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중재절차에서의 결정은 외국인 투자자 대상국의 국내 사법부의 판결의 규범력을 무효화하지는 않지만 그 실효를 상실하게 만듭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익에 관한 한 그 나라의 사법 주권이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자-국가소송제의 본질, 간접수용
직접수용이란 국가가 재산수용을 규정한 법률에 의거하여 직접 땅이나 재산을 가져가면서 시장가에 맞춰 보상해주는 것입니다. 반면에 간접수용이란 직접수용과 관계없는 다른 법률이나 행정적 규제, 기타 절차를 통해 땅이나 재산의 용도가 제한되는 경우입니다. 한국법은 ‘수용법률주의’이기 때문에 이 경우 예상 수익을 보상해주지 않습니다. 반면 한미FTA는 일반적으로 간접수용을 보상해주며, 조세나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 등에 대해서만 예외를 둡니다. 그 결과 국민들의 공공이익을 위한 우리 정부의 법적, 행정적 절차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수익의 침해로 드러난다면 정부는 배상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정책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정부는 공개된 협정문 투자부문의 부속서 수용항목에는 공중보건, 안전, 환경, 부동산 가격안정화와 같은 공공정책에 대해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중보건, 안전, 환경 부문은 국민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으로, 한국 정부가 따낸 것이 아니라 2002년 미국에서 준비한 표준안에 이미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안정화 조항인데, 이것 역시 실제 소송에서 한국의 승소를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한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토지의 이용과 관리에 관한 공개념’에 입각한 광범위한 국토 정책 모두가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에 해당된다고 인정받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민국가의 총체적 주권침해, 투자자-국가소송제를 폐지하라!
한미FTA 협정의 유효기간은 10년입니다. 그러나 역진방지장치(ratchet)에 의해서 조약이 폐기된 이후에도 이미 투자된 부분에 대해서는 10년간 효력이 지속됩니다. 만약 투자자-국가소송제가 시행될 경우 이는 최소 20년 동안 사법주권은 물론이고 입법주권, 행정주권의 실제적 한계로 작동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법과 별도의 제소절차를 추가로 가진다는 점에서 평등권의 침해 문제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투자자-국가소송제는 국민국가의 총체적 주권침해 요소를 지닌,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독소조항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