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날’ 특집
‘입양의 날’ 특집
무책임한 어른들의 선택으로 상처받는 입양아들
  • 대한뉴스
  • 승인 2011.05.0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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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제6회 ‘입양의 날’을 맞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가정에 입양됐다가 파양된 아동이 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날을 우울하게 하는 통계다. 부모에게 또다시 버림받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엄격한 입양 절차는 있지만 파양에 대해선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가족의 상실로 입양을 해야 하는 아동보다 반복적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빼앗기는 ‘파양 아동’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나 제도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입양의 날’을 맞아 파양으로 고통 받는 아동들이 더 이상 없도록 파양아들의 고통을 집중 조명하고 입양 사후대책관리 대책을 촉구하고자 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반복적으로 버려지는 아이들

아름다운 입양만큼이나 아이의 삶을 짓밟는 모진 파양이 늘고 있다. 1살 때 자녀가 없는 국내 가정으로 입양된 A(5)군. 처음 얼마간은 새로 생긴 부모의 따뜻한 관심으로 행복했다. 그러나 5살 되던 해, 양부모가 친자녀를 임신하면서 A군은 보육시설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불임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던 A군의 양부모가 태교에 집중하고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니 입양한 아들 A군이 걱정된 것이다. 이들은 “A군이 친자녀를 괴롭히진 않을까, 나쁜 짓을 하진 않을까 고민하다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A군을 파양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보육시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대를 잇기 위한 수단으로 입양하는 경우가 많아 친자식이 생기면 부모로서의 노력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용인의 보육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B(6)군은 5년 전 입양됐지만 지난해 되돌아왔다. B군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대중탕도 다니고 운동도 같이 하고 싶다”며 입양했지만, 수줍음을 많이 타는 B군의 성격상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파양 당했다. 자신들의 경제적 목적 달성을 위해 아이를 입양하고 파양하는 형태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아들과 딸을 생판 모르는 남들에게 거짓 입양시킨 부모 수십 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아파트 분양 시 무주택 다자녀 세대주에게 주는 혜택을 노린 사기극으로 이들의 자녀를 입양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곧장 파양한 가짜 양부모들도 대거 걸려들었다. 친부모와 양부모가 합의해 신고서만 내면 간단히 입양 처리되는 현행 법제도상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파양 스트레스, 부모 사망 스트레스와 비슷한 수준

5살에 파양당한 A군은 대전의 보육시설로 돌아와 새로운 입양가족을 만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파양경험이 있는 A군을 쉽사리 받아들이려 하는 양부모가 없어 현재 보육원에 있다. A군이 입양되기 전 아이를 보살폈던 보육원 관계자는 “입양되기 전에는 A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아이였는데 파양된 후 손톱을 물어뜯는 등 불안한 모습이 역력하다.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누구와도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우리가 거주지를 옮기듯 파양된 아이도 단순한 주위 상황에 적응되면 파양에 대한 아픔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부모와 떨어져 보육기관에 머물면서 돌봐주는 사람이 수시로 바뀌는 아이는 그들과의 애착관계를 맺거나, 서로 다른 양육방식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만약 입양이 돼 안정된 양육자의 보호 아래 일관된 상황에서 성장한다면 점차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게 된 다음에 파양이 돼 또다시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겨진다면 아이가 느끼는 상실감은 극도에 달한다. 이에 분당차병원 정신과 육기환 교수는 “자신이 어렸을 때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그 충격을 받게 되면 자신에 대한 무가치감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부모에 대한 불신은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감도 갖지 못하게 대인관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부모에 대한 분노감 또한 다른 사람과 세상으로 향해 적대감 등이 형성될 가능성 있다”고 충고한다. 파양은 아이들에게 당장의 스트레스 뿐 아니라 이후 삶을 이끄는 성격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줘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감, 부모 상실감에 대한 우울증, 외부 세계에 대한 피해의식 등을 야기하며 파양의 충격은 부모님의 사망 또는 이혼과도 맞먹는 정도의 스트레스 강도에 준한다.


파양아동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지원책 절실

일반의 정서상 파양에 대한 책임을 어른에게 묻기보다 아동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무책임한 어른들로 인한 피해가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파양아동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없어 불법적인 파양으로 인한 아동유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양은 개인 간 합의에 의한 것이 90% 이상이라 입양과 파양이 남용될 수 있다”며 “파양 할 수밖에 없는 경우 파양을 허용하되 파양 이후 보호절차가 있어야 한다. 외국에는 파양 재판 과정에서 아동 입장을 대변할 복지사나 변호사 등 ‘절차보조인’을 선임하는 제도가 있는데, 우리도 이런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가들은 입양과 파양이 철저히 개인 영역으로 여겨지면서 국가기관이나 법원이 개입하지 않는 점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에서는 입양과 파양 과정에 법적 절차가 필요한 반면 국내에서는 개인 간 합의만으로 성립되는 탓에 양자의 신분이동이 지나치게 쉽게 이뤄진다는 얘기다.

파양이 속출하는데도 파양 과정에서 입은 심리적 상처를 치유할 상담지원 등 파양 이후 관리체계가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연진 아동복지사는 “입양 시 경제적 지원 확대는 물론 파양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분명하게 가려 어른들의 욕심에 한 아이의 일생이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국가의 역할이다”며 “파양아동에 대한 환경적 지원은 물론 정신과적 치료에 대한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태석 아동심리 전문의도 “영문도 모르는 채 버림을 당하는 아이의 심리적 충격이 더 크기 때문에 파양의 과정에서 아이가 입을 수 있는 정신적 상처의 가능성을 충분하게 인정하고 예상하면서 아이에게 설명을 해 주는 것이 좋다”며 최소 1년 이상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입양의 결심은 동정심이나 애처로운 마음처럼 사소한 계기가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입양은 ‘불쌍한 어린아이 돌보기’가 아닌 정신적·물리적인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불어 입양을 홍보하기에 앞서 파양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절차를 구축하여 입양이 누구에게나 기쁨의 단어가 되도록 정부는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안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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