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신비주의, 비밀만 양산
박근혜의 신비주의, 비밀만 양산
친박계 내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비밀 회동’에 우려 표시
  • 대한뉴스 dhns@naver.com
  • 승인 2011.05.3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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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뉴스] 박근혜 전 대표의 ‘입김’은 당내 현안마저 좌지우지할 만큼 세다. 최근 황우여 원내대표를 통해 반영된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으로 오는 7ㆍ4 전당대회 관련 당헌 개정 문제의 핵심 사항인 당권ㆍ대권 분리 완화 문제가 ‘현행 유지’로 빠르게 정리되는 분위기다. 사실상 박 전 대표의 ‘힘’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이 전달되기까지 그 과정은 당내 비난을 샀다. 첩보전을 방불케 한 황 원내대표와의 ‘비밀회동’이 화근이었다. 박 전 대표가 평소 정보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써왔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지만 이번 회동은 정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다. 당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박 전 대표의 ‘007’ 행보를 쫓았다.

 

지난 연말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한 이후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전 대표의 잰걸음이 연일 정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당 안팎에선 박 전 대표가 ‘누구를 만난다더라’는 소문마저 무성하다. 그러나 정작 박 전 대표의 일정과 동선은 베일에 싸여 소문의 진실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측근들 역시 박 전 대표의 행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측근들에게 전화를 걸 때도 종종 발신자번호를 숨길 만큼 보안에 철저하다는 것. 이 때문에 측근들 사이에서도 입이 무거운 순서대로 박 전 대표의 신임이 나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막을 알지 못하는 외부에서 박 전 대표의 비밀스런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약속 시간 10분 전 돌연 만나는 장소를 바꾸자는 박 전 대표 측의 전화를 받은 인사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황우여의 ‘과잉친절’ 논란

한 소장파 의원도 박 전 대표의 일방적인 태도에 이의를 제기한다. 초선 의원 몇 명과 함께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약속 당일 박 전 대표 측에서 차를 보내줘 행선지도 모르고 가서 박 전 대표를 만났다는 것. 박 전 대표의 만남을 둘러싸고 당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를 향한 잠재된 불만은 지난 5월19일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비밀회동이 폭로된 후 터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의 발언 내용을 수첩에 일일이 적었다가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논란을 키웠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야권에서도 “여왕님께 신하가 보고하듯 원내대표가 일개 의원에게 모든 것을 보고하고 확인을 받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자들의 원성은 더했다. 당초 취재진들은 황 원내대표의 일정을 분석한 결과, 19일 오전 11시가 공개되지 않은 개인 일정을 두고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직감했다. 장소는 기자들이 많은 국회보단 서울 강남의 한 호텔이 될 것이란 추정에 따라 강남에 위치한 모든 호텔의 예약상황을 일일이 확인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예약은 돼 있지 않았다. 회동 장소만이라도 알려달라는 기자들에게 황 원내대표가 거듭 반복한 말은 “정치권은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 전 대표 측의 함구 요청에 말할 수 없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읽힌다. 오랜 실랑이 끝에 기자들은 두 사람의 회동 장면만 촬영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회동 장소와 시간을 전해들었다.

하지만 여기엔 ‘변화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가 뒤따랐다. 실제 두 사람의 회동 장소는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되면서 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 정확한 장소를 독촉하는 기자들에게 황 원내대표는 “나도 모른다. (박 전 대표 측에서) 연락을 주기로 했다”며 난감했다. 황 원내대표 역시 회동 1시간 전까지도 만남 장소를 몰랐던 것. 더욱이 황 원내대표는 수행비서까지 떼어놓고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이 아닌 여의도 모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변경 장소를 박 전 대표로부터 전해들은 뒤 출발했다는 후문이다.

그 시각 박 전 대표는 대기 중이던 취재진의 차량을 따돌렸다. 박 전 대표의 자택에서부터 몰래 박 전 대표의 차를 따라 붙었던 취재진의 차량에 박 전 대표 측으로 보이는 차량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미행을 차단시켰다. 이 같은 두 사람의 비밀 회동은 보좌진뿐만 아니라 대변인들조차 자세히 알기 어려웠다고 한다.

실제 대변인도 두 사람의 회동에 참석하지 못했다. 박 전 대표가 대변인 배석을 거절한 탓이다. 덕분에 황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일일이 수첩에 기록해야 했다. 회동 직후 실시된 기자간담회에서 황 원내대표가 수첩을 꺼내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회동 직후 박 전 대표와 황 원내대표가 향후 브리핑에서 공개해도 될 말과 공개해선 안 될 말에 대한 정리 작업까지 마쳤다는 후문까지 더해지면서 친이계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대통령과 만날 때도 당 대표가 직접 브리핑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황 원내대표의 과잉친절은 미래권력에 대한 ‘줄서기’라는 것. 이에 황 원내대표는 “당의 지도부로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섬기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마저도 궁색하다는 게 당내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의화 의원의 불만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원내대표가 발표한 당권ㆍ대권 분리 등 당헌 당규 문제는 엄연히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역인 만큼 비대위를 무력화했다는 것. “(박 전 대표와) 그런 내용이 있었으면 귀띔이라도 좀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논란이 일자 친박계 일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007작전’으로 회동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자신들도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것. 이에 박 전 대표 측도 나름의 이유로 해명했다. 회동을 공개할 경우 당 대표 권한대행이기도 한 황 원내대표 위에 군림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을뿐더러 두 사람의 만남이 시기상 다양한 해석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다 보니 의도치 않은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 오히려 형식적인 만남 대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주장이다. 한 측근은 “이미 회동 계획이 알려진 마당에 장소를 비공개하려는 생각은 없었고, 중간에 장소를 바꾸지도 않았다. 전달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탕 친 취재진 ‘쓴소리’

하지만 당시 두 사람의 회동 사실을 취재한 기자들은 여전히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박 전 대표와 황 원내대표가 주고받는 의견은 당내 현안에 불과하지만 만남의 모양새는 정치 리더십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회동은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제왕적 행태를 비판하며 탈당까지 강행했던 박 전 대표의 언행에 상당한 거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선 청와대 시절에 밴 습관 탓으로 분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청와대에서 무려 18년을 지낸 박 전 대표는 당시 흉흉했던 시절을 보내며 자신의 행보에 더욱 조심스러워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박 전 대표의 청와대 시절에 대한 세부 내용은 자세히 밝혀진 바 없다. ‘검증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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