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숲을 가꾸고 키우는 것은 숲이 주는 다양한 환경적 기능이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참여하게 함으로써, 우리세대는 물론 다음세대까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84년부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하였습니다” 숲운동가로 윤리경영으로 자신의 일생을 투혼하고 있는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을 만나 환경과 인연을 맺게 된 동기와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린 문 사장
어려서부터 숲을 좋아하고 화초 키우기를 좋아했었다는 문국현 사장은 대학 재수 시절, 휴교령으로 인해 산에 많이 가 있었다. 숲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던 때는 83년, 안식년을 주장해 해외에 나가 있으면서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숲과 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일부 식목을 했지만 아직 황폐된 땅이 많았죠. 그래서 언제부터 숲이 없어졌을까 생각하게 됐고, 복원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습니다”
문 사장은 숲을 복원하기 위한 일을 정부만 나서서 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시민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자선재단과 학원재단을 운영하던 유한에 ‘환경’과 관련된 국민적 운동을 하나 더 더하겠다는 희망으로 본격적인 환경운동의 기초 작업 마련에 들어갔다. 그 해 ‘83년 12월 공식적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정부의 동의를 받기 위해 7개월 반이라는 기간을 노력한 결과, ‘84년 8월 14일 민간이 나라의 땅에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을 정부가 동의하면서 5천만의 기부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당일에는 협상 때 제시됐던 면세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고 문 사장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렸다. 이 후 10년을 노력, ‘94년 1월 1일 면세혜택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나라 땅에 나무를 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환경림을 조성하는 것은 나라의 할 일이지 기업이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면세를 받는 방향은 법을 바꾸는 것과 면세를 받을 수 있는 활동(예를 들어 공익광고)을 하는 2가지였다.
문 사장은 공익광고를 선택했고 기부금의 80%를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공익광고와 생명과 관련된 예술 활동이나 교육 등에 쓰기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환경운동을 하는 단체, 개인의 기부금을 포함한 관련 단체들도 면세 혜택이 주어지면서 환경보호운동은 국민적 운동이 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무관심과 몰이해성으로 인해 고생하는 기업들이 많았다”고 대변하는 그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사회전체의 인식이 그랬던 때였다”며 “어느덧 23년이 넘었다”고 과거를 잠시 회상했다.
◆ 트러스트운동을 위해 지식을 모으고 사람을 모으자
▲ (사)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로 있는 문국현 사장은 “환경파괴적 구축물을 늘려가는 것을 막고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 고유의 것을 사랑해서 자연과 문화유산을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해외의 숲운동이 자리를 잡아가고 성공해 가는데 비해 우리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개발지향적으로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유키를 “농촌에 5천만원을 들여 집을 지어 사가라고 하면 사가질 않는다”고 말하며 “하드웨어, 즉 구축물만을 짓는 개발위주의 투자는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환경파괴적 구축물을 늘려가는 것을 막고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 고유의 것을 사랑해서 자연과 문화유산을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유재산’, ‘우리 모두의 것을 늘리자’는 그의 생각에는 남의 땅이라 생각해서 마구잡이로 개발을 하거나 옛날 조상들의 공유재산이나 문중재산이 점차 사라지는 강퍅한 시대의 흐름을 지적한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일환으로 공유재산 늘리기, 문화유산 지키기, 자연유산 지키기 등의 운동은 새로운 천년을 새롭게 맞이하자는 뜻으로 확산돼 지난 ‘95년’ (사)내셔널트러스트를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외국의 30개 가까운 선진 국가들이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0년을 넘게 트러스트운동을 전개해 온 영국이나 뉴질랜드 등에 비하면 초라하다. 120년이 넘은 세계의 내셔널트러스트운동에 뒤늦게나마 우리나라가 참여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본다. 20여개의 공식사이트를 통해 국민의 재산을 곳곳에 늘려나가고 있는데 아직 성과라기보다는 상징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문 사장의 생각이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과 비슷한 시기에 재단화되고 함께 하는 단체들이 꽤 생겨났다. 천리포수목원, 광주의 무등산 내셔널트러스트, 숲길 만들기 운동, 학교숲 만들기, 서울숲 만들기 등은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의 부산물 내지 연대물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이 운동들을 직접 한 것은 아니나 정부를 포함한 지자체에서 변화를 일으키는데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가운데 지난 97년부터 시작된 ‘생명의 학교숲 만들기’운동은 학교의 담을 헐고, 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나누며 허문 담 대신 어울리는 수목을 선택해 심고 외국처럼 학교가 마음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벌써, 이 같은 취지로 학습장을 만들어 공부를 하는 학교가 500여개나 됐고 근래 들어 3000개 가까운 학교에 ‘학교숲운동’이 생겨난 것도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의 비슷한 유형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사장은 지난 2월, 국회에서 내서널트러스트운동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것도 모두 이러한 운동들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법안 통과는 국회의원들, 전문가, 학자, 입법, 학자들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환경부나 문화재청 관련 분야의 사람들의 보람이고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 사실상의 참여자들, 사이트를 통해 일한 사람들 등 지난 ‘96년 중반부터 준비해온 내셔널트러스트운동가들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유한킴벌리(주 후원)를 비롯 국내의 몇몇 기업들이 내셔널트러스트운동에 일부는 공동후원으로 또, 일반후원 및 해외연구나 사이트공모전, 컨테스트 참여, 전체운동 참여 등의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참여도에 대해 묻자 그는 우리나라는 양극화문제, 고령화, 저출산 등 수많은 과제로 인해 정부 예산이 모자라는 판이며 세출의 수요가 적다고 답했다. 일부 특수한 기업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을 국민이 너무 바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케네디가 말했던 것처럼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정부의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부가 한쪽으로 편중된 상황인 만큼 돈을 많이 벌수밖에 없는 기업이나 계층들이 우리 사회, 문화유산, 자연유산에 눈뜨게 하고 성공하는 기업가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 하는 일에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방책으로 그는 앞으로 자원봉사를 모으고 지식을 모아 정부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우리나라 부자들, 예술품에서 관심 떼고 자연에 눈 떠야 한다”
외국에서 내서널트러스트운동이 처음 시작될 때는 메세나운동처럼 부자들의 관심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문 사장은 오늘날 우리나라 부자들은 미술품을 모으는데 관심이 있지만 나머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살아있는 박물관 같은 곳이 많은 농촌도 망한 다음에 박제를 해서 박물관을 만들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상태로 4만 5천개 농촌 중에서 수백 개, 수천 개라도 지키면 그것이 사회문화유산이 되는 것이며 그런 곳에 눈을 뜨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문 사장은 “1단계가 내셔널트러스트를 창립하는 것이었다면 특별법을 제정한 것으로 2단계가 끝났고 이를 바탕으로 보조적 제도가 뒤따르게 하고 운영이 잘 되게 하여 온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발굴하는 한편, 국제사회에서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해의 화두”라고 밝혔다.
또한 추가 과제로 ‘우리나라 고유의 소나무 숲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와 ‘문화재 주변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논하며 DMZ와 접경해 있는 민통선 주변에 상대적으로 우수한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 보전할 것인가 하는데 힘을 모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산업화 속에서 황폐화되고 고령화된 4만 5천개 농촌의 일부만이라도 다음세대에 전해지도록 청년층, 장년층, 중년층이 다 관심을 갖고 내셔널트러스트운동에 참여해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올해 주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 지속경영을 가능케 하는 것은 ‘투명경영’
“전 세계를 통틀어서 잠시 남의 눈을 속여서 성공할 수는 있으나 한 세대를 넘어서 성공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투명성, 윤리경영, 사회책임경영이다”
현재 문국현 사장은 윤경포럼의 공동위원장으로 재임해 있다. 그는 세익스피어의 희극 속, 비극적 주인공들처럼 현 시대 속 정부나, 기업, 학계 등에도 비윤리적이고 비극적인 요소들이 동일하게 존재하고 있다며 노동조합 결성률은 전 세계에서 아주 낮음에도 불구하고 노사분규는 가장 높은 나라라고 지적하며 이것은 지도층의 부패 문제와 관련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며 한국 기업들은 분식회계를 누구나 떡 먹듯 하며 가족들을 납품업자로 많이 고용해 가족들이 공개된 회사에 납품을 하게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사장은 말한다 “적정한 값에 납품이 이루어지는지 능력이 있어 가는지 모르겠다. 혈연, 지연, 인연에 의해서 가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부패한 나라다. 때문에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외국에서 떠돌아다닌다”
그는 외국인 투자가 적게 들어오는 원인도, 중국이나 일본으로의 일자리 이동도 다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문 사장은 늘 떳떳하고 새로운 미래를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 하는 삶을 살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남의 돈을 부당한 방법으로 모았다던가. 주식회사의 돈을 자녀들이나 친척들에게 유리하게 구매하도록 행위를 했다던가. 정치인이나 공무원을 매수를 했다든가. 이런 소리를 안 듣는 사회가 되게 하자는 게 윤경포럼의 목표라고 말했다.
“애써 창조적인 일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얽매어 살며 불안해하고 사회 발전의 장애요인 되느냐”고 강조하는 문 사장은 “윤경포럼은 ‘윤리경영이 경쟁력의 원천’인 것을 믿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4년 전 10명으로 시작해 올 해는 60명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것을 제도로 만들어도 제도를 남들보고는 다 지키라고 하고서는 안 지키는 사람이 나라도 그렇고 기업도 마찬가지로 지도층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생겨난 것”이라고 전했다.
문 사장은 “남보다 2배, 3배 윤리와 투명성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지키고 남들로부터 24시간 감시를 받아도 좋다”고 말하며 “기업과 정부 모두 공공선, 공공의 이익을 늘리는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업이나 사회공헌이 사회적 책임을 대체할 수는 없고 윤리적이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최고의 리더는 남의 행복을 이뤄가는 사람
▲ 문국현 사장은 “감사하는 삶”이야말로 최고의 건강비결이라고 말했다.
지도자의 역할이란 질문에 문 사장은 “최고의 리더는 성경의 예수”라고 답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운명이나 머리로 남의 행복을 생각하고 그것을 이뤄나가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자신도 행복해지며 지도자로서의 대우도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역할이 엄지면 엄지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도자의 위치에서 탐욕스럽게 가다보면 위치는 지도자인데 지도자로서 대우를 못 받는다. 지도자는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자신의 능력과 역량으로 남의 행복을 이뤄가는 사람이다”
문 사장은 지도층들이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하며 한편으론 “세상이 바뀌어 가는데 제도가 미쳐 못 따라가서 어느 한쪽에 혜택이 다 주어지는 것이 자신의 능력 때문만은 아니며 이것이 우리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새로운 운영시스템,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하는 때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일례로 “부도가 날 때는 나라보고 구해달라고 하면서 잘 될 때는 내 능력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손가락 다섯 개가 합해야 주먹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개개인의 역할의 중요성을 암시했다.
한편, 문 사장은 안기부의 건물로 몇 십년동안 방치돼 왔던 ‘남산의 집’을 지난해, 국민의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시켰다.
“작가들의 평생의 작품세계와 작가정신 등을 시민과 함께 토론하기 위한 장을 만들겠다”는 그의 말처럼 현재 이곳에서는 문학토론회, 시낭송회, 가족의 밤 등이 기획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 1년에 한 두 번은 신가곡이나 신작시 발표 등을 통해 문학세계가 시민들과 연계되도록 하고 있다.
문 사장은 이 곳, 남산문학관의 기획이사로 있다. 때문에 그는 “건물을 유지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라며 올 한해 사명감을 가지고 후원할 수 있는 CEO를 모집해 문인들은 마음 놓고 창작활동을 펼치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이 곳을 후원할 사람이라면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가를 이해할 수 있는 후원자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평소 독서회를 통해 책을 읽고 또, 책을 발간하기도 한 문 사장은 경영인이다 보니 관련서적들 많이 읽고 한국에 소개한 책도 많다. 그는 지난해 96세의 나이로 타개한 피터 드러커의 자서전을 통해 많은 감명을 받았고 숲운동을 하면서 좋아한 책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며 특히, 《나무를 심은 사람》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실화같다며 남들이 도와주던 도와주지 않던 꾸준히 하나의 비전을 가지고 나무를 심는 주인공 부피에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관리를 한다는 문국현 사장은 “감사하는 삶”이야말로 최고의 건강비결이라고 말했다.
취재_문정선 기자/사진_조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