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랄 악법도 법이다( 이혜청 칼럼 지난 글보기)
제기랄 악법도 법이다( 이혜청 칼럼 지난 글보기)
  • 대한뉴스
  • 승인 2007.11.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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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인류 4대 성현 중의 한 분이신 소크라테스가 가장 극적인 죽음을 맞으면서 갈파(?)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2400여년이 지난 현대인들 중에는 유감스럽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잠언에 대해 저항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소크라테스와 같은 성현께서 그 같이 말씀하실 수 있을까? 당혹스러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덕한 정치가나 몰염치한 법률가일수록 이 격언이 무슨 만고의 진리나 된다는 듯이 떠받들면서 『어떤 경우에도 법은 지켜야 된다』고 역설한다. 이들의 논리는 대체로 『네가 소크라테스보다 현명하다는 말이냐!』라는 식으로 우리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성자(聖者) 자신도 악법일망정 이를 준수키 위해 스스로 독사발을 드셨다』고 감격해 한다.


순진하거나 멍청한 사람들은 이 같은 주장에 다시 감동해서 눈시울을 붉힌다. 얼간이(필자)가 청년이기에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소크라테스의 진의가 정말 「악법도 지켜야만 된다.」는 것이라면, 이 같은 잠언이야말로 권력에 대한 아부치고는 이 세상에서 행해진 것 가운데 가장 고약한 것이 분명하다. 악법은 그것이 악법으로 밝혀진 이상 마땅히 폐기되어야 하며, 이미 법이 아니란 견해가 우세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법은 마땅히「지키지 않는 것이 인간의 참된 도리」이며, 이를 위해 노력하는 행위가 대체로 정의로 귀착된다. 인류사를 통해 볼 때 이 같은 도리와 노력이 회피되거나 기피될 때 악법은 더 많은 『정의의 피』를 요구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법에 대한 행적은 이미 2천 년 전에 악법의 집행을 거부한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간음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와서∼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쳐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요한복음 8:3> 이 같은 그리스도의 행적은 물론 더 많은 것을 시사하시는 진리의 말씀이다. 그러나 “악법의 집행을 거부하신 사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처럼 인간미가 넘치며 가장 지혜로웠던 성현께서 어떻게 해서 「악법도 법」이란 악구(惡口)를 남기셨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그분의 진의가 전혀 엉뚱하게 와전된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조금만 귀를 기울여도 이 격언이야말로 가장 그분의 것이 아니란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성현을 죽이는 간특하고도 교묘한 술책에 따라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이 같은 악구를 남긴 누명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비록 성현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자기의 생명이 무지한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 인간들은 이 같은 상황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인격을 갖추었다 해도 저주의 욕설을 터뜨리기 마련이며, 어찌됐건 살아보려고 처절하게 노력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인류 중 가장 지혜와 덕을 갖춘 성현 중의 한사람이셨다. 때문에 그는 저주와 상스런 욕을 하는 대신 고독하게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당신의 처지를 체념하고 만 것이리라.


『제기랄! 악법도 법이다』


그러나 사실대로 공평하게 말한다면 소크라테스가 악법이라고 적시한 당시의 법은 악법만은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는 고문(?)을 받은 것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법정에서 자기에게 누명을 씌운 권력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아주 충분히 이들을 공격했으며 또 스스로를 가장 현명하게 변명을 했다. 이 정도로 공평하고 또 인권을 존중하는 법은 사실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상당히 어려운 『좋은 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자기에게 충분히 변명의 기회를 준 당시의 훌륭했던 법을 악법이라고 매도한다. 물론 소크라테스의 입장에서는 자기 주장을 외면한 법이 몹시 못마땅했겠지만 법은 공평하기만 해도 퍽 다행스런 일인 것 같다. 또 사실 어느 면에서는 소크라테스는 유죄(有罪) 판결을 받을 만도 했었다고 생각된다.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우민정치(愚民政治)라고 끝까지 반대했으며, 당시의 집권자들을 「가장 지혜가 없으면서도 있는 체하는 야비한 무지혜자」라고 떳떳이 공표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도 일리(一理)가 있긴 하지만! 그러나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곳에서조차 그 국가의 지도자들을 가장 지혜롭지 못한 자라고 한다면, 사실 여부는 고사하고 엄청난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2400여년이나 지난 현대의 민주국가에서조차 오히려 받을 수 없을 정도의 인권과 법정 권한을 향유했고 또 이 같은 법의 공정성 때문에 피신할 수도 없었던 것이 아닐까?


성현도 인간이다. 하긴 인간이 아니라면 애당초 성현도 아니지만! 때문에 사형을 받으면서 한마디「푸념」조차 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빌어먹을 ! 악법도 법이다!』


결국 이 말씀은 소크라테스의 일생을 통한 유일한 험구고 생각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법으로 성현을 죽인 권력자들은 『옳다구나 ! 이것이로 구나!』쾌재를 부르면서 성자(聖者)의 험구로 부적을 만들었다.


『제기랄!』또는 『빌어먹을!』을 뚝 떼어버린 채 「악법도 법」이란 괴언(怪言)을 만들었다. 동서고금의 잠언 치고 이는 그 모양새가 으뜸이다.


촌철살인(寸鐵殺人)-.


가장 짧은 것도 그러하거니와 역설적인 대비 꼴이 시구(詩句)로서도 절정이랄까? 특히 이 잠언을 말씀하신 분이 인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어도 네 번째 안이라는 사실과 그분의 엄청난 비극적 임종이라는 극적 효과가 더해진다. 그리하여-. 진리만을 말씀하셨던 분이 소크라테스다. 그런데 그분께서도 「악법도 법」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것도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그러므로 이 민초들아 『악법에도 복종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사실을 좀 깨달아라! 『물론 우리들이야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지만!』


고달픈 인생살이 불쌍한 민초들이 언제? 어떻게? 법을 안 지키는 경우가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제발 악법까지 지키는 것이 민초들의 도리라고 우길 일은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좋은 법』을 지키려고 사약을 잡수신 것이지 결단코 악법(惡法)을 준수키 위해 사약을 드신 것은 아니다.


『빌어먹을! 악법도 법이다!』


소크라테스는 분명히 「18」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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