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반대 여론 만만찮다
한․중 FTA, 반대 여론 만만찮다
업계, 중국산 가격․물량공세 우려 ‘선 대책 후 개방’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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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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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동 양계협회장 “호주와 뉴질랜드 정도의 육성책 시급”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한․중 FTA는 2005년 민간 공동연구라는 7년간의 준비를 거쳐 2012년 5월 한국과 중국 정부가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높은 수준의 한․중 FTA’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지난 7월 2∼4일 부산에서 6차 실무협상이 열렸고 9월 말 1차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국 시장에 관세 없이 들어갈 수 있다면 한국 기업들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은 관세가 20∼30%로 높은 데다 매년 7% 이상 성장하고 있어 한․중 FTA가 체결되면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같은 제조업의 대중(對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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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 여론도 거세다. 특히 농수축산업에서의 피해는 한․미 FTA나 한․EU FTA보다 훨씬 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의 농수산물 관세가 높은 편인데도 중국산은 이미 싼 가격과 엄청난 물량으로 한국 시장을 휩쓸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은 100억 달러 늘어나는 반면 국내 농업생산은 14.7%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국내시장을 뒤덮고 있는 중국산 농수산물이 이제 완전 점령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농협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이 FTA 체결 시 10년 동안 국내 농업의 피해액은 24조 원에 달하며 채소·과실류 피해만도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한․미 FTA 체결 당시 향후 15년간 전체 농업분야의 피해 추정액 12조2000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농수축산업이 입게 될 타격은 거의 치명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정부 당국의 대처는 안일하기만 하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달 10일 한․중 FTA에 반대하는 농수산업계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문제는 당국이 사전 조율이나 뾰족한 대안 없이 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초대받은 업계 대표들 중 상당수는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해버렸다. 강력한 반대 의사 표명이었다.

이날 간담회의 의미를 굳이 찾는다면 입장차를 확인했지만 처음 소통했다는 점이다. 윤 장관은 “앞으로 FTA 협상에서 농수산 분야 민감성을 충분히 반영해 협상에 나서겠다”며 “제조업계 이익만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농어민들은 불안한 심정이다. 업계는 입장이 바뀐 건 없고, 협상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선 대책 후 개방’을 분명하게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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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동 대한양계협회 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충북 청원에서 ‘사철농장’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양계업을 시작한 일로 유명한 이 회장은 “양계산업은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불황이 오면 호황이 온다는 막연한 생각에 그나마 기대감이 있었지만 장기불황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육계 산업은 농가당 육계 사육회전이 예년에 비해 줄었고 사육수수료마저 깎이면서 농가는 부채상환을 걱정해야 할 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원인은 너나 할 것 없이 사육규모를 늘린 신축농장뿐 아니라 수입물량 증가로 인해 농가의 경영수익이 줄어든 데 있다.

산란계산업은 사료비는 오르는데 난가는 하락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종계산업 또한 계열사가 직영으로 과다점유율을 보이면서 개인농가들이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생존위협을 느낄 수준이다.

정부는 한․미, 한․EU FTA 대책으로 시설현대화 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농가들은 부채를 떠안으면서도 생산비 절감을 위해 정부지원을 받아 시설을 늘리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불황으로 생산비마저 건지지 못하니 부채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한․중 FTA를 체결하면 지리적 인접성, 농수축산물 생산구조의 유사성 등으로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양계는 중국의 물량공세로 초토화 될 우려를 안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양계산업을 위축시키는 일은 국내 일부 대형업체들이 자본을 앞세운 시장질서 교란이다. 예컨대 국내 최대 닭고기 가공업체인 H회사가 막대한 양의 닭고기를 수입・유통시키는 일로 양계농이 올 초 충격에 빠졌던 일은 기업의 상도의를 새삼 되새기게 했다. 'HK상사'라는 위장계열사를 앞세워 닭고기 수입물량의 30% 이상을 수입한 사례 등은 기업의 잘못된 영리 추구가 국내 소규모 양계산업 종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주고, 실의에 빠지게 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계란산업의 위기 또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대형 부화장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경영이익을 내온 기업이 아예 사육에 뛰어들어 계란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매달 10농가들이 생업을 접는 상황에서 40만수 규모의 대형 사육농장이 가동된다면 영세 농가들은 더 이상 생업을 유지할 수 없다. 국내 최대 부화업체로서 사육농가와 상생을 진중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에서 사육농가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자신들만 살겠다는 꼼수를 버려야 한다.

물론 모 대형부화장은 산란종계 연간 50만수 이하로 생산 유지, 산란실용계 수급조절을 위해 전체 부화장은 270만수 이하로 생산, 신축농장 제외한 향후 산란실용계 산업진출 중단, 양계협회 발전기금 협조 등을 약속했지만 실천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렇다. 대형부화장들은 우량 병아리의 생산과 보급에 전력을 다해 산란계 농가들과의 동반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농가의 몫까지 챙기려는 것은 파렴치한 행동일 뿐이다. 계란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 같이 공생・공존의 원칙을 지켜가며 진정한 소통을 통해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업계의 바람직한 면도 있다. 닭고기 자조금 사업을 위해 지난해 한국계육협회 등이 참여해 활성화를 위해 기지개를 켠 것 등은 긍정 평가할 만하다. 양계업계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업계가 효율적으로 단합하고 공동의 이익을 높인다는 공감대를 키워가야 할 것이다.

정부에 대해 주문도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수차례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농업 심각성을 인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업보조금 달라고 안 한다. 대신 호주와 뉴질랜드만큼만 해주면 된다. 그들 나라의 농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배경은 농업인의 영농계획서가 타당하고 걸 맞는 지식과 열정이 있다고 객관적 판단이 되면 장기 무이자로 충분히 융자를 해준다. 예컨대 정부는 시설현대화도 좋지만 외국과의 차별화된 농업기반 구축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 양계업도 마찬가지다. 소비가 안 되면 도산한다. 품질 좋고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양계산업의 개선을 위한 롤 모델을 만들어 양계농이 적정 이윤을 보장 받고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해외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 고려인이 3만 명이나 된다. 그들에게 양계 기술을 전수하고 수입하는 형식 등 다각도로 연구하면 좋을 것이다. 덧붙여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을 접목해 ‘건강 닭’ 생산 등 농수축산업을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고령화 시대에 ‘닭고기를 먹으면 성인병이 안 걸린다’는 정도의 양계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비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호 한국오리협회 회장 겸 축산단체협의회 회장의 말은 좀 더 직설적이다. 이 회장은 “정부의 기본 마인드가 안 돼 있다. 피해 대책 하나 제시하지 않고 농수축산업 대표들을 간담회에 참석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느냐. 한․중 FTA에 따른 피해조사 방법, 피해액 산출, 보상 방안 등을 갖고 대화를 해도 어려울 판에 덜렁 참석만 하라고 하니 무성의도 이런 무성의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나 농림수산식품부는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업계의 고충을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한․중 FTA는 여타 FTA가 국익의 관점에서 받아들여졌던 것과는 달리 실생활과 먹을거리에 대한 우려와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 간과돼 있다. 지난 시기 국익을 위해 농민의 희생을 담보로 체결했다는 한․칠레, 한․미, 한․EU FTA 등 그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 경제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다. 정부는 농수축산업 분야의 농어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 하면서도 이를 당연시하고 300여만 농어민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자원도 많고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적자원만 있다. 농어민들의 사기를 꺾어선 희망이 없게 된다. 농어민들의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해선 안 된다. 먼저 대안을 갖고 농어민들과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이윤수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회장은 "한․중 FTA는 미래시장이지만 현실화 될 때 우리 어업은 문 닫아야 한다. 어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협상은 무의미하다"며 "'바다사유화' 등 수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키는 등 정책적 담보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봉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농업계 어려운 점을 많이 얘기했다. 협상과정에서 얼마만큼 우리 얘기가 관철될 수 있는지 주목할 것”이라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한․중 FTA는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비록 자동차 섬유화학 철강 등 업종의 판로 확대에 따른 이익이 크다 하더라도 농수축산업 등을 챙기지 않을 수 없는 부문이다.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내서 제기되는 모든 의견을 수렴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식량 무기화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세상이다.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국내 농업 기반 붕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황종택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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