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화산공원 앞 정갈한 맛으로 사람을 대하는 곳이 있다. 주인의 인자한 얼굴만큼이나 인심이 넘치는 곳. 한정식 집 <궁>에 가면 넉넉한 배부름, 넉넉한 여유, 넉넉한 인심을 느끼고 올 수 있다.
궁중요리 및 혼례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궁>은 주인 유인자씨가 궁중요리 인간문화재인 황혜성씨로부터 직접 배우고 익힌 요리를 전주 고유의 토속적인 맛과 결합하여 만든 한정식집이다. 탕평채, 구절판, 신선로, 두텁떡 등 고이 임금님 입에만 모셔지던 음식들은 이제 숨김없이 사람들에게 드러내놓고 그 매력적인 맛을 맘껏 발산하고 있다.
<궁>의 음식은 미상, 선상, 진상이라 하여 세 개의 상으로 나뉘어 지는데,
이 중 가장 푸짐하고 값비싼 상이 진상이다. 식사는 전체요리, 주요리, 식사, 후식으로 네 단계로 나눠진다. 전체요리에 나오는 죽은 계절마다 재료를 달리하는데 호박죽은 달지도, 끈끈하지도 않고 입 안의 미각을 돋우어 모든 음식에 군침을 돌게 만든다. 또한 궁중떡이라 불리는 두텁떡 역시 꽉 깨물면 유자향이 몸 곳곳에 퍼져나가 마치 내가 한 송이 유자꽃으로 피어나는 듯 향기롭기 그지없다. 이렇게 전체요리를 먹은 후 주요리에 들어가면 광어 또는 전복회, 신선로, 삼합, 대합구이, 우럭찜, 떡갈비, 새송이버섯산적, 잡채 등 산과 바다가 식탁에 옮겨온 것처럼 맛깔스러운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100% 천연조미료만을 선택하여 생생한 맛을 내는 유인자씨는 “재료를 고르는 것도, 음식을 만드는 것도 다 내손을 거쳐야 안심이 된다.”며, “이른 아침부터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힘들지만 뿌듯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주요리를 먹고 나면 12가지 밑반찬과 생선탕, 참게장 등이 준비되는데 이 생선탕은 한번 먹으면 잊을 수 없어 멀리서도 이것 때문에 찾아오기도 한다. 끝으로 후식에는 화전과 동외전과, 과일, 식혜 또는 수정과가 나오는데 식혜는 그 국물이 시원하고 단 듯 하면서도 입안을 말끔히 헹구어주어 밥 먹고 난 후 개운함까지 느낄 수 있다.
그 밖에도 <궁>에서 만든 폐백, 이바지 같은 혼례음식은 손끝이 야무진 조선 여인네의 손처럼 아름답고 정갈하여 그 인기가 높다. 또한 친정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듯 감히 먹기 아까울 정도다. “먹는 사람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걸 보니 평생 이 길을 가야할 것 같다.”라는 유인자씨의 웃음에서 역시 음식이란 정성과 마음에서 우러난다는 옛 가르침이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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