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 원내대표가 어제(11일) 청와대에 개헌 발의 유보를 요청하며 ‘18대 국회 초반 개헌문제 처리’를 약속했고, 청와대는 이를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이로써 노무현 대통령 임기내 원포인트 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본다.
이번 17대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개헌 발의를 강행할 경우 열린우리당 또한 부담스러운 입장이 되기 때문에 개헌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뜻을 같이하던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나름대로의 정치적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때문에 이 같은 원내대표 합의가 가능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합의대로 18대 국회 초반에 개헌 문제가 처리되리란 기약은 없다. 구체적인 실행 절차와 방법, 내용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런 조건 때문에 이번 합의가 가능했다고 본다. 결국 이번 합의는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일단 유보시키자는 것이 핵심이지 18대 국회 초반에 개헌 문제를 처리하자는 것이 핵심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이 합의한 대로 18대 국회 초반에 개헌 문제를 다루려면 지금부터 국회에 개헌특위 등의 기구를 설치하고 의견수렴과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간 개헌 문제에 대한 각 당의 태도를 볼 때, 그리고 대선과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러한 일들이 시작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청와대가 ‘조건부 수용’의 태도를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대선 유력 주자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면 '18대 초반 국회 개헌'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렇지만 대선 주자들의 개헌 공약이 시대정신을 올곧게 반영하는 개헌을,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개헌이 언제 성사되느냐, 원포인트 개헌이 관철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개헌 논의의 핵심에서 비껴난 것이다. 개헌이 단순히 헌법의 자구를 첨삭하는 문제가 아니므로 대통령과 국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공론장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개헌은 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한국사회의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며 추진되어야 할 의제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논의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정당들은 눈앞의 이해득실을 떠나 책임 있게 이러한 논의를 촉발하고, 시민사회 내의 공론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국사회당은 전했다.
김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