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제협력'의 리더 (주)경인정밀기계 김선경회장
'한.일경제협력'의 리더 (주)경인정밀기계 김선경회장
“회사 위기도 즐길 수 있는 마인드가 중요”
  • 대한뉴스
  • 승인 2010.10.28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경인정밀기계(대표이사 김선경)는 1967년 경인기어 제작소를 모체로 철강압연, 산업기기, 시멘트산업, 항만크레인 감속기 등을 생산, 기어 감속기와 초정밀기어 등을 국내유수업체에 공급하는 중소기업이다.

경인정밀기계는 또, 1995년부터 해외시장을 공략, 뛰어난 기어 감속기의 제조능력으로 인해 미쓰비시중공업, 고베스틸, 스미트모중공업 등에 수출함으로써 '한·일 경제협력관계'의 리더로 자리 잡았고, 이로 인해 지난 9월 29일, 한·일 경제협력 유공기업으로 선정돼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흔히 하는 얘기로, 늑대의 밥이 될 것이냐, 일어나 도망칠 것이냐? 는 늑대와 양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어차피 늑대의 먹이가 될 것이라면 '탈출'이라는 도전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김선경회장은 분명히 깨어있는 CEO이다.

"한국여자축구 대표팀처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중요"

김회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경영이념“이라며 입을 연다. 얼마 전 여자축구가 우승을 차지한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 말이 김회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회장은 2010 U-17여자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에서 우승컵에 입 맞춘 이번 여자축구 대표 팀 선수들을 보며, 우리나라 보다 선수층이 두텁고 무려 100만 명이나 되는 독일과, 1300개의 축구팀이 있는 일본과 비교가 안 되는 한국여자축구선수단이지만 정신력으로 우승을 일궈낸 쾌거를 그렇게 비유했다.

김회장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팀의 단합을 이뤘고 그 결과,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여자축구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기업은 골을 넣었다고 멈춰 서지 않고, 계속 발로 뛰어야 합니다. 즉, 다 이뤘다 생각하는 순간이 계속 뛰어야 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예순을 넘은 김회장에게선 평온한 미소와 함께 끊임없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슬픔과 고통쯤은 거뜬하게 툭툭 털어버릴 것 같은 김회장의 마력은 무엇일까?

▲ 김회장은 지난 9월 29일 ‘한・일 협력 유공기업’으로 선정돼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했다(왼쪽 세번째) ⓒ대한뉴스

갑자기 불어 닥친 경제위기로 너나 할 것 없이 무너지던 1998년, IMF(금융실명제)도 살짝 김회장을 비켜간다. 정밀 중공축 웜기어 모터와 헬리컬 웜기어드모터를 독자 개발해 그간 수입에 의존하던 부분을 오히려 역수출을 이뤄낸 독불장군이다. 김회장은 “당시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며 IMF 시절을 회상했다.

1998년 어느 날, 미국 바이어가 찾아왔다. 그 바이어는 한국 내 감속기 개발업체를 두고 입찰권을 주려는데 경인정밀과 경쟁기업 등 3개 업체를 두고 어느 기업이 좋은지 고민이라고 했다. 김회장은 그가 찾아왔을 때 딱 2번 같이 식사를 했다.

"저는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습니다. 모든 사업은 신뢰가 바탕이 돼야만 상생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가장 돋보였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첫 번째 경쟁업체를 방문한 그 미국 바이어는 업체의 불친절하고 퉁명스런 직원의 대접에 심기가 무척 불편했다고 한다. 두 번째 업체는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과잉투자로 인해 공갈빵과 같이 부풀려져 있어 신뢰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매의 눈을 가졌던 그 미국바이어의 마지막 선택은 (주)경인정밀에게 돌아갔고,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 I determined your company would show the best performance on this project. I believed that." (당신에게 맡기면 잘할 것이다. 나는 그 점을 믿는다.)"

절약·신뢰·직원에 대한 믿음이 곧 자산

김회장은 중소기업의 적절한 운영은 비용이 많이 들이는 대신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소비를 적게 하는 것이 훌륭한 방법이라고 한다. 쓸데없는 낭비를 싫어하는 김회장은 절약이 몸에 베여 있다.

회사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불이 꺼진 캄캄한 복도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또한 회사의 역사와 함께 든든히 곁을 지키고 있는 30년 이상의 회사집기들도 터줏대감처럼 당연한 듯 앉아있다.

"꼭 써야할 1억은 아깝지 않지만 불필요한 1만원은 낭비입니다.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에 관한 확연한 구분으로 올바른 지출을 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죠.”

김회장은 철 조각 하나라도 완성되기까지의 제작 과정과 정성을 생각하면 절대 버릴 수 없단다. 쇠란 용광로에 넣어 녹임으로 자원을 재활용 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버려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내달, 경기도 안산으로 회사 이전을 앞둔 김회장은 지난 날 '검소하게 지내면 언젠가 도약할 방법이 생긴다‘는 믿음처럼 새롭게 도약할 11월, 직원들의 행복한 일터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 직원에 대한 믿음은 곧 자산! 그리고 그 믿음을 증명해주는 직원들과 김회장은 힘차게 파이팅을 외친다. ⓒ대한뉴스

"아늑한 가정처럼, 우리 경인정밀은 항상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회장은 새 사옥으로 이주하면 직원들을 위해 동물도 키우고 정원도 가꿔 새롭게 출발할 계획이란다. 말하자면 제2의 도약을 김회장은 꿈꾸고 있다.

지난 1998년 경제위기로 대량 실업난에 빠졌던 대한민국. 움직임이 한층 느려진 기계 앞에서 모든 직원들과 어려움을 함께 대처하고자 김회장은 다짐했다고 한다.

"평생 일을 하던 사람에게 일을 관두라고 하는 건 당사자에겐 너무 허망한 순간이죠. 일을 하던 사람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야 하는 기계처럼 꾸준히 일을 해야만 에너지가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웃고 울던 직원들을 헌신짝 버리듯 내다 버리면 회사 분위기는 말할 것 없죠.” 직원들의 가족을 생각하면서 그 때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이라고 회고한다. 그 때문인지 김회장은 직원에 대해, 직원은 김회장에 대해 두터운 믿음을 가지게 됐고 직원들은 애사심으로 똘똘 뭉쳐진 듯하다.

김회장은 또, 정년에 대한 개념이 없다. 모든 직원들은 본인의 의지로 그만 두기 전까진 일을 할 수 있으며, 결혼한 여직원의 경우 결혼이 끝이 아닌 다시 시작하는 재출발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회장에게 기업이란, 기업 따로 직원 따로가 아닌, 기업과 직원을 동등한 위치로 보고, 경영인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리를 써서 더하기 빼기를 하다보면 결국 덧셈뺄셈에 막혀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목숨을 내놓고 죽음을 기다리는 양이 되고 말 것인가?"

"양목장을 가지고 있던 농장주는 자고 일어나면 양이 죽고 없어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렇게 며칠이 반복되니 화가 난 농장주는 밤을 새서 농장을 지켜보았죠. 한밤중이 되자 산에서 늑대 한마리가 내려와 양들을 공격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에 놀란 순진한 양들은 늑대의 공격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 양들끼리 밝혀 죽는 놈이 있는 반면, 늑대의 눈을 마주치자마자 '아뿔싸, 나는 이제 죽었구나!"하고 지레 겁을 먹고 제 목숨이 제물인 마냥 내놓고 죽음을 기다리는 양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늑대는 주저앉아 떨고 있는 양의 모가지를 물어 산속으로 유유히 사라집니다."

이것은 이솝우화나 서양에서 구전되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이처럼 제각각이라는 얘기다. 김회장은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른 것인지를 말한다.

현재 중국의 급성장으로 국내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과 저렴한 중국산 제품의 유입으로 국내 중소기업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의하면 수출업체 98.2%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 문제에 봉착했고, 그 중 72% 기업이 원자재 가격의 20%만 받는다고 한다.

경인정밀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기어 감속기의 주자재 중 하나인 철판은 kg당 550원에서 760원으로 무려 33%가 상승했고, 주물도 kg당 950원에서 1300원으로 27%가 올랐다.

수출 부담이 증가하자, 원자재 가격을 예측할 수 없어 수출 견적도 낼 수 없었던 경인정밀은 양처럼 떨고 주저앉을 뻔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일에도 ‘길은 열려 있다’는 말처럼 이를 이겨 낼 방법을 모색하던 중 중국보다 생산성이 빠르고 저렴한 가격의 제품과 일본의 기술을 뛰어 넘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혹독한 현실과 맞선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1년, 김회장에게 꽤나 길고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주저앉아 늑대가 목을 물어주기만을 기다리진 않았다. 그 결과 금융 불안정, 원자재 가격 상승, 경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의 72%가 수출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던 시기에 경인정밀은 두 번째 위기를 모면했다.

"모든 기업들이 어렵다고 할 때 그 어려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을 열었죠. 지금까지 40년간 경영하면서 이러한 어려움에 봉착해 이겨내기를 반복하고 나니, 지금의 경인정밀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김회장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때가 있다고 한다.

"꾸준히 노력하는 자는 따라 올 수 없는 법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코트라, 무역협회, 기계산업진흥회와 같은 지원체가 많지만 전문성이 약해 바이어 선정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과거에는 독일, 일본과 기술경쟁을 했지만 현재는 한국 업체끼리 가격 경쟁을 하는 골육상쟁(骨肉相爭)의 구조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똑똑한 자는 노력하는 자를 따라올 수 없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 달에 서너 번 조찬 모임에 참가해 삶의 질을 높이는 보약과 같은 이야기를 듣고 오죠."

김회장은 앞으로 조찬모임에 참석할 때 그런 강의를 녹음해 전 직원들에게 들려줄 계획이란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즐기다 보면 그 깨달음 뒤에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김회장은 믿는다. 또한, 창의적이고 도전적이지 않으면 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는 김회장은 직원들 교육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강구중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경인정밀은 '기술학교'라고 소문 나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미래지향적 사고로 개선하기 위해선 꾸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후진들의 도약을 위해선 각자의 재능을 개발하고 의견을 중시하며 전문가로 키워줘야 한다는 게 김회장의 생각이다.

▲ 내달 경기도 안산으로 이주할 (주)경인정밀기계의 새 보금자리. ⓒ대한뉴스

일 욕심이 많은 김회장은 향후 5개 계열사를 만들어, 회사와 함께 걸어왔던 직원들을 대표 이사로 위임해 그들이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현재 아들과 조카가 김회장의 기업경영 뿐 아니라 인생경영을 배우고 있고, 직원들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경인정밀은 지난 40년을 이어 앞날, 국내 중소기업의 선도역할을 해 서로 윈윈(WIN WIN)하는 구도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김회장은 경영후계자들을 위해 조언자로서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이런 마인드라면 20년 후의 경인정밀은 작지만 강한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해 있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서선희 기자, 황미나 기자

Off Line 대한뉴스 등록일자 2003년 10월 24일 (등록번호:서울다07265) On Line Daily (일간)대한뉴스 등록일자 2008년 7월10일 (등록번호 :서울아00618호)on-off line을 모두 겸비한 종합 매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 400-12 더리브골드타워 1225호
  • 대표전화 : 02-3789-9114, 02-734-3114
  • 팩스 : 02-778-6996
  • 종합일간지 제호 : 대한뉴스
  • 등록번호 : 서울 가 361호
  • 등록일자 : 2003-10-24
  • 인터넷신문 제호 : 대한뉴스(인터넷)
  • 인터넷 등록번호 : 서울 아 00618
  • 등록일자 : 2008-07-10
  • 발행일 : 2005-11-21
  • 발행인 : 대한뉴스신문(주) kim nam cyu
  • 편집인 : kim nam cyu
  • 논설주간 : 김병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미숙
  • Copyright © 2024 대한뉴스. All rights reserved. 보도자료 및 제보 : dhns@naver.com
  •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 요강을 준수하며, 제휴기사 등 일부 내용은 본지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