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과 함께 하고 싶어…실버빌딩 세우는 것이 꿈
노인들과 함께 하고 싶어…실버빌딩 세우는 것이 꿈
전 직원이 노인, 실버퀵서브웨이택배(주) 배기근 대표
  • 대한뉴스
  • 승인 2006.03.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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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사장은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있어 정부는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 의학의 발달로 인해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도시화 및 핵가족화로 인해 노인부양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초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라 우선적으로 노인들의 건강문제 그리고 경제적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을 위한 대안 마련은 턱 없이 부족한 상태다.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작 ‘돈 벌이’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의 소리도 높다.

 

◆ 심각한 노인문제, 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의학의 힘으로 생명은 연장됐지만 기쁨과 행복은 찾지 못했다. 사회 속, 한 일원으로써 살아가고 싶지만 노인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그렇지 못하다. 노인들 대부분이 사회속에서 잊혀진 존재로 남아 삶의 의미와 보람을 잃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노인문제는 심지어 노인자살이라는 충격까지 안겨주고 있다. 이들 노인들은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2000년에는 노인 자살자가 전체 자살자의 19.7%를 차지, 2001년에는 28%에 달해 자살하는 사람 중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61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별로 따지면 하루에도 10명의 노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생(生)을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세대간 갈등을 깊어가고 있지만 노인들이 경제적 자립을 꾀할 수 있는 토대는 너무도 빈약하다. 때문에 노년기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자신의 생활비를 조달하는데 있어 19.9%가 자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18.9%가 국가 보조나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7.5%만 자신이 젊었을 때 준비한 노후자금으로 생활한다고 답했다.

노인들의 한달 생활비는 10만원~20만원이 29.8%, 10만원 미만이 28.6%, 20만원~30만원이 21.3%로 조사돼 노인들 대부분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인복지의 경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인 SSI(Security Supplement Insurance)를 포함해 국민연금, 의료보험, 저소득층 의료지원 등을 기본 틀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젊은 시절 적립해 놓은 금액에 따라 월 평균 수백~수천 달러까지 탈 수 있으며 의료보험이 있는 노인들은 거의 병원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로서 정부부처를 비롯, 노인단체와 학계 인사 등이 노령화 사회에 대한 정책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노인정책 원칙은 국가가 아닌 개인, 가족 단위의 노후 책임을 중요시하고 동양적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것. 정부는 개인과 가족단위의 책임을 강조하며 노인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노인복지 프로그램 활성화 등 시스템마련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또한, 젊은이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닌 남을 돕는 이가 행복하다는 노인의 사회참가와 주체적인 자기 삶 찾기로 노인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의 노인이 공적연금을 받는 85%에 비해 노인복지가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 현실적으로 실감케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세워지지 않고 있다. 또한, 더욱 계승해야 할 우리의 미덕인 ‘노인봉양의식’마저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노인문제에 대한 복지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이야기 하고 있다.

 

◆ 노인 일자리, ‘실버퀵택배’에서 찾자

‘전 직원이 노인’이라는 훈훈한 소식이 들려오는 곳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실버퀵서브웨이택배(주)의 직원들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이 회사의 대표인 배기근 사장은 노인들만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현재 서울 중구 오장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실버퀵서브웨이택배(이하 실버퀵택배)는 강남, 잠실, 영등포, 일산 등 지점을 포함, 총 100여명의 배달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 곳,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65세가 넘는다. 이 가운데 할머니들도 포함돼 있다. 최고령자는 86세로 이들 모두는 하루 5건 정도 꽃이나 선물, 서류 등을 배달하게 된다.

월급은 보통 50만원 수준이지만 백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는 상황 속. 배기근 사장은 이들의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일을 하고 싶다며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이 하루에도 여러 명에 이르고 있어요. 벌써 받아 놓은 이력서만 해도 100명이 넘습니다”

노인들 대부분이 불러만 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각오를 세우고 있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배 사장은 일하고 싶은 어르신들이 많지만 모두를 채용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정부차원에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 실시되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창출사업’ 신청건수가 폭주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노인문제로 인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점차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인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올 한해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일자리 마련에는 턱없이 부족한 채, 한편에서는 ‘유명무실’이라는 소리도 높다.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크게 모자라는 사회적 일자리를 늘리는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한다.

 

◆ 노인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실버빌딩 세우는 것이 꿈

노인 복지 정책 중 으뜸은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것. 앞서 이야기 했듯이 각 지자체별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고령자취업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돈벌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배 사장은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있어 정부는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1년 6월. 노인 택배사업을 시작한 배 사장의 동기는 특별했다.

“젊은 시절에는 금융서비스업계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나 한식당을 운영하다 외환위기(IMF)를 겪으면서 사업의 쓴 맛을 경험하게 됐어요”

배 사장은 가끔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그는 건강함을 잃지 않은 노인들이 특별한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노인 택배 사업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실버퀵택배의 직원들 중에는 방송국 국장을 비롯, 서울시청 국장, 육군 장교 출신 등 사회의 고위직에 종사하던 노인들도 많다.

젊은 시절에 비해 얼마 안 되는 임금인데도 이들 모두는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한다.

실버퀵택배에 근무하고 있는 67세의 박 모 할아버지는 “오히려 삶의 긍지를 느끼고 있어 앞으로 젊은 사람들보다 더 성실히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배 사장은 자신 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일을 시킨다(?)는 의식 탓에 어려움도 많았을 터. 하지만 그동안 서비스업에 줄곧 종사했던 터라 그 누구보다 예의범절에 대한 남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노인직원들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친절함과 따뜻함, 그리고 사려 깊은 마음이 뭍어 난다. 하지만 가끔은 노인사원이라도 못하는 게 있다면 엄격함을 보이며 CEO로서의 자세도 지키고 있다.

배 사장은 노인직원들을 채용함에 있어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과 성실함의 장점을 내세웠다.

오토바이 택배의 경우, 주문 1건으로 배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모아서 출발을 하는 반면, 실버퀵은 1건의 요청에도 바로 출발할 수 있어 오히려 빠르다고 한다.

배 사장은 매주 경제신문에 나오는 신설법인에 택배 안내서를 동봉해 한 달에 약 3천통의 편지를 보낸다고 한다. 배 사장만의 특별한 홍보 전략이다.

다각도로 홍보 전략을 펼치며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배 사장은 “오히려 그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 배 사장은 때론 빨리 배달하려는 의욕으로 교통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이들을 위한 상해보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일생을 아름답게 가꾸며 보람있는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배 사장. 앞으로 더욱 많은 노인들이 일 할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찾아오길 바라는 그의 꿈은 한편, “실버빌딩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노인들이 함께 일도 하며 편하게 쉬며 안정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사회적으로 노인들의 몫이 사라져가는 현 시점에서 배기근 사장은 노인들에게 경제적 자립심을 심어줌과 동시에 삶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 자신도 노인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하기에 이들의 마음을 피부 속 깊이 헤아릴 수 있어 어쩜 그 누구보다도 헌신적으로 이 사업에 열과 성의를 다했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사명감 없이는 이 사업을 시작하기 힘들었을 텐데 배 사장은 어려움보다는 보람으로 사업을 일궈 나가고 있다.

함께 하는 노인직원들 또한 배 사장을 적극적으로 믿고 따르며 회사의 수익 창출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꿔나가고 있었다.

“하루 벌이, 2만원 밖에 안 되는 수입이지만 죽을 때까지 하리라”는 이 회사의 모 노인직원의 말을 빌어 직원 모두가 혼신의 힘으로 일하고 있음을 전하는 배 사장에게 힘내라는 박수를 전하며 실버퀵택배의 아름다운 성장을 기대했다.

 

취재_노승선 기자/글_문정선 기자/사진_조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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