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갱단 출신 ‘도망자’ 한국서 유명 ‘학원장’
美 갱단 출신 ‘도망자’ 한국서 유명 ‘학원장’
  • 대한뉴스
  • 승인 2011.08.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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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8일 미국 LA지역 필리핀계 갱단 출신 재미교포 김모(33)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한 함께 학원을 운영한 강모(36) 씨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9세였던 1997년, 미국에서 공범 2명과 함께 경쟁관계에 있던 멕시코계 갱단 2명에게 총기를 발사해 LA경찰국으로부터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김씨의 감쪽같았던 ‘14년간의 도피생활’, 그 실상을 취재했다.


지난 5월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2대는 ‘미국 수배자가 신분세탁을 거쳐 강남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미국 수사당국과 국제공조를 통해 수사에 나섰고 지난달 30일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33) 씨의 천호동 자택을 급습, 세탁된 ‘위조 신분증’을 발견하고 김씨를 붙잡았다. 지난 8일 경찰은 김씨를 구속하고, 그의 ‘과거’를 알면서도 함께 어학원을 운영한 강모(36)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치밀한 신분세탁 대범한 학력위조


ⓒ경찰청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김씨는 1997년(당시 19세) 로스앤젤레스(이하 LA)에 살고 있었다. 필리핀계 갱단 ‘FTM(Flip Town Mob)’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당시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던 지역 갱단들 사이의 전쟁에도 관여했다.

같은 해 5월 21일 김씨와 공범 2명은 경쟁 관계에 있던 멕시코계 갱단원 두 명과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김씨 측에서 여러 발의 권총을 발사했고, 상대편 갱단원 2명은 가슴·팔 등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김씨 일당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주했고, 공범이었던 이들이 잡히자 김씨는 한국으로 도피 입국을 했다. 그해 7월 LA경찰국은 그를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했다고 알려진다.

‘신분세탁’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입국한 뒤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삼촌으로부터 경기도 양주에 사는 문모 씨를 소개받았다. 문씨는 김씨에게 같은 마을에 살다 5세 때 일본으로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한 이씨의 존재(당시 18세)를 알려줬다. 김씨는 이씨가 살던 마을 반장 최씨에게 부탁해 ‘이씨와 동일인’이라는 확인을 받아낸 뒤 98년 이씨 명의로 주민등록을 재등록했다고 전해진다.

국내 주민등록법상 만 17세가 되면 지문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외 이주 등으로 지문을 채취하지 못한 경우 해당 주소지 통·반장 등의 간단한 신분 확인 절차만 거치면 주민등록 재등록이 가능하다.

수사를 담당한 국제범죄수사대 김건호 팀장은 “김씨는 어렸을 때 국외로 이주하면 행정 당국에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 통장·반장·이장의 확인을 받거나 보증인의 보증만 받으면 손쉽게 지문을 등록할 수 있어 신분세탁이 가능한 점 등을 노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보다 치밀한 신분세탁을 위해 5차례의 전·출입 반복 후 주민등록을 재말소 한 뒤, 2002년 3월 이씨 명의로 주민등록 재등록 및 지문 등록을 완료했다. 이로써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김씨가 ‘유학파 한국인’ 이씨로 변신한 것이다.

대담한 그는 이씨의 명의로 주민등록증과 여권·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것은 물론, 중국·타이·홍콩 등지로 검거 이전까지 34차례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진다.


‘완벽’에 가까웠던 14년간의 도피생활


‘신분세탁’이 완료되자 그는 강남 일대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며 월 500만원 상당의 수입을 올렸다.

2008년 12월에는 학원 강사로 일을 하며 알게 된 강모(36) 씨와 손잡고 강남 신사동에 SAT(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전문 어학원을 차렸다. 둘 다 미국에서 고졸 학력이 전부였지만 자신들을 미국 명문대 출신이라고 속이며 직접강의까지 했다. 강씨는 김씨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지만 묵인하고 함께 학원사업을 했다고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학력에 불과했지만 자신들을 미국 명문대학인 UCLA(캘리포니아주립대 LA캠퍼스), 샌디에고주립대학 출신인 것처럼 홍보하고 직접 강의도 했다”며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은 무자격 영어 강사를 고용해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학원은 특히 부유층 자제들만을 대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했다. 신사동의 모 빌딩 3개층을 사용하며 초·중·고교생 50∼60명을 대상으로 월 100만원 상당의 고가의 강의료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한 달에 최고 3,000만원 이상, 연간 수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완벽하게 묻힐 뻔했던 김씨의 도피 행각은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온 경찰에 의해 14년 만에 덜미를 잡히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경찰은 위조된 이씨 명의의 주민등록증에 등록된 지문과 LA경찰국이 보유한 수배자 김씨의 지문을 대조한 결과 100% 일치하는 동일인인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주민번호가 도용된 이씨는 부모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에 살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학원법 등 국내법에 의해 처벌 수위가 경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올 경우 법무부 판단하에 국내에서 형을 집행한 뒤 미국으로 신병을 인계하거나, 곧바로 신병을 인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민등록시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만 거치면 지문등록을 할 수 있어 제 3자로의 신분세탁이 가능하다”며 “본인 여부가 의심스러울 경우 해당 기관의 직권조사를 강화하거나 생체 및 의학 자료를 제출케 하는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학원법상 부정한 방법으로 학원을 설립하거나 무자격 영어강사를 고용하더라도 처벌이 경미해 불법행위가 줄지 않고 있다”며 “처벌을 강화하고 교육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자격 강사에 대한 처벌 규정 자체는 없다. 또 김씨의 신분위장 과정에서 도움을 준 문씨와 최씨의 경우 각각 공소시효가 만료되거나 사망해 처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사이에는 ‘한국에선 영어만 할 줄 알면 돈 벌기 쉽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무자격 강사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의 영화와도 같았던 김씨의 도피 행각에서 드러난 ‘현행법의 허점’ 보완에 각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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