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여배우? 드라마 제작 환경의 개혁가?
철없는 여배우? 드라마 제작 환경의 개혁가?
한국 드라마 제작의 열악한 현실, 대안은 없나
  • 대한뉴스
  • 승인 2011.09.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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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예슬의 촬영거부 파문이 대한민국 방송가를 휩쓸고 지나갔다. 한예슬의 촬영거부 및 미국 도피 소동으로 인해 열악한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 관심이 모아졌으며 쪽대본이 난무하고 며칠 밤씩 새워야 방송 날짜를 맞추는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이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배우를 비롯한 드라마 스태프들에 대한 인권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에릭과 한예슬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스파이 명월>은 한예슬과 PD의 불화설, 여배우 왕따설 등 수많은 논란을 야기했으며 ‘한예슬 사태’로 인해 불거진 한국 드라마의 열악한 제작 현실이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한뉴스
3일 천하로 끝난 촬영거부

'3일 천하'로 끝난 '한예슬의 난'은 열악한 환경을 받아들였던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자신들이 인식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져주었다. 많은 연기자들은 촬영 펑크 및 미국 도피라는 한예슬의 초강수에 대해서는 비난하지만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는 동조하는 분위기다.

한 정상급 여배우의 매니저는 이번 한예슬 사태를 보고 "분명 잘못은 했다. 하지만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드라마 시스템은 여배우가 견디기 힘든 수준이다. 촬영장에서 실신하는 배우들이 부지기수다"고 말하며 심각성을 전했다.

촬영거부로 드라마 불방 파문을 낳았던 한예슬 사태를 두고 중견 탤런트를 포함한 주요 방송 연기자들이 사태의 본질은 뒤로한 채 한 씨 비난에만 나섰던 KBS와 제작사 등에 대해 "치졸하고 무책임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들은 살인적인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공동위원회 구성과 표준출연계약서 마련, 제작비 현실화 등을 촉구했다.

중견배우 이효정이 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한국방송연기자협회는 18일 성명을 내어 한예슬 사태에 대해 “보이는 사실과 실체적 진실 사이에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며 “방송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나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잘 알지 못하는 촬영 현장의 실제 모습이 있다”고 밝혔다.

방송연기자협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문화강국 대한민국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류도 더 이상 발전이 없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주연 배우가 하루 이틀 촬영 현장을 떠났다고 곧바로 결방 사태가 벌어지는 현실이야말로 우리의 제작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한씨가 이미 사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촬영 시간 조정을 주문한 것을 들어 “이제까지 누구도 쉽게 항의하거나 주장하지 못했던 얘기를 한 것”이라며 “일주일 내내 하루도 제 때 쉬지 못하고, 밤샘을 밥 먹듯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방송 끝날 때까지 계속 된다면 어느 누가 버텨낼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특히 1일 8시간, 주당 초과근로 12시간 이내라는 근로기준법조차 연기자에게는 적용하려하지 않는 방송사에 대해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니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촬영해도 아무 문제없다는 것”이라며 “법의 보호는커녕 사회안전망조차 저희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예슬 씨의 촬영 거부는 생존을 위한 절규라는 것이 저희의 공통된 심정이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 같은 살인적 일정과 열악한 제작환경이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리고 무엇보다 세계인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 것이며, 언제까지 우리 드라마를 사랑해줄 수 있겠느냐며 환경 개선이 없으면 한류가 어느 날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방송연기자협회는 “한예슬 씨의 행동을 비난하기에 앞서 방송사와 제작사는 그동안 <스파이 명월>이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그 사실부터 공개해야 한다”며 “한씨의 촬영 거부는 고질적인 방송 제작환경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체적 진실을 가리고 이번 사건을 한예슬 씨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방송사와 제작사 측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오히려 수차례에 걸쳐 제작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끝내 외면하고 살인적인 촬영 일정을 강요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책임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대중문화예술계에는 방송을 위해서라면 하루 24시간을 대기하고 밤샘 촬영을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관행이 만연해 있다.”며 “그 내면에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냉혹한 경제 논리가 숨어 있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일정을 최대한 촘촘히 잡아 비용을 줄이자는 생각뿐이다.”고 지적했다. 회당 정해진 출연료만 지불하면 되는 현재의 출연료 지급 방식이라면, 하루 10시간 아니라 24시간을 현장에 대기시켜도 제작사나 방송사에는 아무런 부담이 없기 때문에 결국 연기자들에게만 하루 2~3시간 조각 잠을 재우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예슬 씨의 촬영 거부가 말하는 실체적 진실이라고 이들은 역설했다.

방송연기자협회는 이에 따라 이번 일을 계기로 방송사와 제작사 그리고 연기자가 함께 하는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위원회’의 조속한 구성과 연기자와 방송사 제작사 간 표준출연계약서 마련, 터무니없이 낮은 제작비의 현실화, 연기자와 스태프의 의견을 반영한 촬영 일정 조정 등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KBS에 대해 “한예슬씨가 촬영거부에 들어가자마자 사건의 진상 규명은 뒤로 한 채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하여 촬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히는 기민함을 보여줬다.”며 “한예슬 씨가 왜 촬영 거부까지 해야 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고, 최대한 한씨가 다시 촬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옳은 순서였다.”고 지적했다.

방송연기자협회는 “무리한 촬영 일정으로 촉발된 것이니만큼 촬영 일정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연기자와 스태프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선행됐어야 하지만 방송사와 제작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야말로 치졸하고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맹목적인 수익 우선에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

과연 살인적인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사라질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드라마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 3사 경쟁구조 속에서는 힘들다. 지상파 3사가 시청률을 위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반영하는 한국적인 시스템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드라마의 줄거리와 결론을 바꾸곤 한다. 이 탓에 대본이 빨라야 1주일 전에 나온다. 한예슬이 출연 중인 '스파이명월'의 제작진은 "쪽대본도 없었고 살인적인 시스템도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겨우 이틀 촬영 펑크로 인해 방송이 결방된 것은 생방송 수준의 촬영이었다는 방증이다.

대중들은 외국처럼 사전제작제를 시행하지 않는지 의문을 표한다. 이에 대해 한 드라마 관계자는 "지상파 3사 편성을 받아야 촬영을 시작할 수 있는 열악한 한국 드라마 제작사 여건상 사전제작제는 이상적인 주장이다. 일단 만들어놓고 편성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제작자는 몇십억원이 되는 손해를 지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 3사에서도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로드 넘버원'처럼 시청률이 저조한 경우가 많았기에 별로 반기지 않는 상황이다. '왓츠업' '뮤지컬'처럼 편성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버디버디'도 지상파 편성을 목표로 만들었지만 결국 케이블에서 방송해야만 했다.

문화 평론가 이주하씨는 "1주일 70분짜리 2회를 방송해야 하는 현재 같은 시스템이라면 제2의 한예슬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영화 한편을 1주일에 찍는 셈이다. 상황을 개선하려는 지상파 방송사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1주일에 한편만 방송하든지 아니면 시간을 50분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드라마를 단순히 수익구조로 보지 말고 문화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거시적인 시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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