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장 위에 아로새기는 장인정신
인장 위에 아로새기는 장인정신
예술성과 작품성 두루 갖춘 복인(福印)만들기 위해 노력
  • 대한뉴스
  • 승인 2011.11.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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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철규 명장은 우리나라 인장공예 제3호로 40여년의 세월동안 인장 공예를 위해 몸 바쳐온 인물이다. ⓒ대한뉴스
예로부터 이름은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하여 작명을 할 때 사주와 오행을 봤다. 아울러 이름만큼이나 중히 여겨졌던 것이 바로 인장이다. 인장이란 개인이나 관직, 장서(藏書) 등의 표식으로 문서, 서화에 찍어 증명으로 삼기 위해 만든 도장으로 보통 나무, 돌, 수정, 금, 뿔, 상아 등에 조각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인장 위에 이름을 새기는 것은 그 사람의 운명을 새기는 것과 같다고 하여 인장을 신성한 영물(靈物)로 여겼을 정도다. 이에 본지는 인장공예명장 류철규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묵묵히 걸어온 40년 인장공예 외길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자리한 성호사에는 류철규 명장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류 명장은 우리나라 인장공예 제3호로 40여년의 세월동안 인장 공예를 위해 몸 바친 인물이다. 명장이란 휘호는 그 분야 최고의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국가가 내리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인장공예명장은 채 열 명이 되지 않는다. 그의 인장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에 고가의 경우 몇 백만 원을 호가하며, 전국의 정치인·법조인·문화인 등 유명 인사들도 류 명장을 찾는다. 그가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인장공예의 대가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노력과 눈물이 있었다.

류 명장은 중학교 졸업이후 부친이 작고하면서 인장계에 입문하였다. 집안의 장남으로써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차에, 평소 그의 필적을 눈여겨본 동네 어른들이 인장 일을 권유한 것이다. 그는 열일곱의 나이에 대전으로 올라와 8년간 이석성 선생에게서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어깨 너머로 인장 기술을 배우며 밤에는 상위에서 쪽잠을 청하는 등 갖은 고생을 했던 그는, 혹독한 시간을 잘 견뎌내고 30대에 자신만의 작업장인 성호사를 열게 되었다. 류 명장은 “인장만 파서는 기술자에 그치고 마니 한학을 배우라”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한학 및 역학, 서예, 서각(나무 판에 글자를 새기는 것), 전각(나무, 돌, 금옥 따위에 글과 그림을 새기는 것)등에 매진하여 폭넓은 전문성을 갖추어 나갔다. 시대가 급변함에 따라 인장업이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류 명장이 건재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한학 및 역학, 서예, 서각, 전각 등 다방면에 걸친 폭넓은 전문성을 토대로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인장공예의 대가가 되었다. ⓒ대한뉴스
인장에 좋은 기운 담기위해 노력

그의 인장이 독특한 이유는 우선 서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8년간 좌서(글씨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법)와 5체를 도장목에 거꾸로 새기는 등 꾸준한 수련을 해온 그는 자신만의 서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류철규 서체’를 만들게 되었고 독특한 필적의 이 서체는 위조가 불가능해 그의 인장은 고가에 매겨지고 있다.

컴퓨터로 재빨리 찍어내는 인장과는 달리, 전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류 명장이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장인정신이다. 조각사의 혼이 깃들어야 진정한 복인(福印)이 탄생될 수 있다고 믿기에 그는 아무리 주문이 많아도 하루 2개 이상의 인장 작업은 하지 않는다. 고도의 정신력과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는 매일 아침 심신의 정화를 위해 108배를 빠뜨리지 않는다. 류 명장은 “명장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만큼 하나를 만들더라도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의 온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하는 고된 작업이기 때문에 인장작업은 오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류 명장이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장과 의뢰인과의 ‘궁합’이다. 인장은 쓸 사람의 성격과 체질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기 때문에, 류 명장은 의뢰인의 사주에 맞게 인장 재료와 서체를 직접 골라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면, 체질이 약한 사람에게는 강한 서체를 사용하고 이름이 좋지 않다면 ‘인, 신, 장(印, 信, 章)’을 새겨 그 기운을 상쇄시키는 등이다. 실제로 류 명장의 도장을 사용하고 나서 건강 회복, 승진 등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는 이때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류 명장이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장인정신으로 조각사의 혼이 깃들어야 진정한 복인(福印)이 탄생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한뉴스

류철규 명장은 인장작업 이외에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대전시 새마을지도자를 지냈던 12년 동안 독거노인 및 소년·소녀 가장을 도왔으며, 충남지방경찰청 경승회 활동에도 힘을 보탰다. 또한 류 명장은 앞으로 인장 박물관을 개설하여 후손들에게 인장문화에 대해 알리고픈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인장 공예는 단순히 사람의 이름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새기는 작업입니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수천 년 역사가 깃든 예술품이지요. 컴퓨터 인장에 밀려 전통의 맥이 끊길 위치에 처한 만큼 후학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라고 전했다. 1cm의 작은 공간 안에 우주를 아로새기는 류철규 명장. 그를 통해 한국 전통의 훌륭한 인장문화가 잘 계승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반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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